염정아 "'로열' 결말? 인숙-지훈 행복한 죽음 맞았을 것" (인터뷰)
OSEN 이지영 기자
발행 2011.05.04 10: 02

 
염정아를 만났다. 3년만에 ‘로열패밀리’로 안방극장을 찾은 그녀는 ‘워킹맘’ 때 가벼워보이고 편안해 보이던 그녀가 아니었다.
핍박받던 비련의 여인이었다가, 어느 순간 게임을 좌지우지하는 게임메이커로 다중 인격이다 싶을 정도로 여러 가지 얼굴을 가진 ‘인숙’으로 돌아왔던 것.

3년이라는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인숙이라는 인물을 완벽하게 연기해냈던 염정아를 드라마의 여운이 다 가시기 전 다시 만났다.
아직도 독했던 인숙에게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 같은데, 어느새 일상으로 돌아와 ‘엄마’로 바쁘게 지내고 있는 그녀가 너무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도 잠시, 드라마 결말과 캐릭터에 대한 소회를 밝히는 그녀에게선 어쩔 수 없이 배우의 냄새가 짙게 풍겼다.
다음은 그녀와의 일문일답.
-드라마 끝난 지 얼마되진 않았지만 요 며칠 어떻게 지냈나?
“바쁘다. 일상으로 돌아와 애기들과 하루하루 보내다 보니...예전에는 오랫동안 캐릭터에서 못 빠져나오곤 했는데, 요즘은 집에서 아이들과 지내다 보면 캐릭터에 빠져있을 시간이 없다. 그런 건 사치라고 느껴진다. 집에 오면 바로 ‘엄마모드’에 돌입한다. 오히려 현장이 쉬는 것 같다. 집에서는 몇백번씩 일어났다 앉았다 하는데, 현장에서는 그렇게 움직일 일이 없다. 하지만 현장이 정신적으로 더 힘든 건 있다. 아이들과 있으면 계속 웃게 되니까.”
-결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지훈과 인숙은 죽었을까? 살았을까?
“나는 죽었다고 생각한다. 헬기 폭발장치를 부탁했을 것 같다.”
-결말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마음이 짠했다. 찍을 때는 안울었는데, 방송보면서 눈물도 났다. 다 끝나서 허탈 것도 있었을 거고, 두 사람이 불쌍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결말을 예상했나?
“인숙이 죽을 것을 각오하고 있었다. 처음 들어갈 때부터 ‘인숙이 죽을 겁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어 놀랍지 않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행복한 죽음을 맞은 것 같다. 인숙은 어쩌면 지훈이라는 인물의 사랑을 받았다는 것 자체로 행복한 여자인지 모르겠다.”
-‘워킹맘’ 때만 해도 편한 작품을 선택하는 구나 했는데, 이번 작품 선택은 좀 의외였다.
“어떤 치밀한 생각으로 작품을 고르는 타입은 아니다. 사실 동기가 단순한 편이다. ‘워킹맘’ 때는 코미디에 빠져 있었다. 이번 작품은 소속사에서 자꾸 권해서 읽어보다가 욕심이 났다. 이걸 해가지고 어떻게 해야지 하는 생각은 없었는데, 하다보니 너무 어려워지더라. 인숙이라는 캐릭터가 다 이해되는 것은 아닌데, 감독님에게 물어보고 한신한신 풀어냈다.”
 
-인숙이 조니를 안죽였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나?
“안죽인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죽인 인숙과 안죽인 인숙을 연기하는 것은 너무 다를 거라 생각해서 미리 물어봤다.”
-촬영하면서 가장 힘든 장면은 어떤 것이었나?
“이번 작품은 유독 대립하는 신이 많았다. 그런 신들이 연기자 뿐 아니라 스태프들도 다 긴장하고, 충분히 맞춰보고 슛을 들어갔다. 그리고 내가 한번 이상은 감정이 안나오는 스타일이라 처음부터 감독님에게 딱 한번만 가자고 했다. 그래서 그런 신들은 한번씩만 찍어 오히려 빨리 끝났다. 그 대신 내가 NG를 내면 안되니까 충분히 내 것으로 만든 후 촬영에 임했다.”
-이번 작품도 거의 생방송으로 진행됐다고 들었다. 미리 충분히 내것으로 만들 시간이 부족했을 것 같은데.
“그래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연기하면 좋은데 좀 억울했다. 그렇다고 내가 며칠 밤을 새고 이 장면을 찍습니다 라는 자막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시청자들은 전후 사정을 보지 못하니까 항상 최선의 상태를 요구하는 게 당연하고,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연기할 때 모습과 사적인 모습은 많이 달라보인다.
“좀 많이 차이가 있다. 제 성격 같은 역할은 코미디에서 많이 했다. 그래서 나름 코미디를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반응이 별로더라(웃음).”
-‘1박2일’에 출연한다고 들었다.
“섭외가 왔고,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 털어버리고 싶어 하겠다고 했다. ‘로열패밀리’ 촬영하는 동안은 못봤지만 그전에는 매주 챙겨볼 정도로 ‘열혈시청자’다. 짝을 짓게 되면 이승기와 하고 싶다. 그 이외에는 아무나 다 괜찮을 것 같다. 멤버들 다 귀엽다.”
-입수, 야외취침도 하다는 말이 있더라.
“말이 돼?(웃음) 사실 소풍가는 마음이라 다 재미있을 것 같다.”
-이번 작품으로 호평을 많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얻은 것이 있다면?
“시청자들의 사랑을 얻은 것 같다. 마트 갔는데 아줌마들이 다 ‘로열패밀리’ 잘 봤다는 구체적인 말씀을 많이 해주시더라. 예전에는 ‘염정아씨 좋아요’ 등의 말이 많았는데... 체감할 수 있는 사랑을 얻은 것 같고, 같이 연기하신 분들, 좋은 분들 만난 게 소득이다.”
-여배우로서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나?
“나이 먹는 것 자체가 너무 편안한 것 같다. 이젠 거의 모든 일을 겪어봤기 때문에 능숙능란해진다. 20대는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것 같다. 앞으로 멋있게 살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더 현명할 듯...”
-3년 만에 작품을 했는데, 나이 들기 전에 더 많은 작품을 하고 싶은 욕심은 없나?
“그게 딜레마다. 지금 아이들에겐 엄마가 꼭 필요하고, 여배우로서 지금이 지나면 또 못하게 되는 역들이 많을 텐데...하지만 아직까지는 가정에 더 마음이 많이 가 있는 것 같다. 이번 작품 하는 동안 내가 없으니까 남편이 좀 불쌍해 보이더라(웃음).”
-결혼은 여배우에게 어떤 의미일까?
“안정을 준다. 나를 지켜주는 남편이 있어 든든하다. 하지만 가정이 편안하지 않으면 더 힘들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다행히 나에게 가정은 나를 웃게 해주는 힘인 것 같다.”
 
bonbon@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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