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계가 김씨로 바꿨다?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1.05.04 17: 13

금씨, 조선 무너트린다 소문에 ‘어명’ …중국은 李씨 8% 최다
[이브닝신문/OSEN=김미경 기자] ‘성을 간다’는 말을 쓸 때가 종종 있다. 어떤 논쟁이 벌어 졌을 때 자신의 확고함을 조상에 걸고 맹세한다는 의미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성은 나(我)를 가리키는 가장 짧고도 쉬운 표현인 셈이다. 이랬던 성(姓)이 바뀌고 있다. 양성이 되거나 성을 뺀 이름만 쓰는 경우다. 귀화인도 늘면서 희귀한 성도 생겼다. 변화의 물결을 맞고 있는 우리나라 최다 성씨 순위는 예전처럼 여전할까. 그 물음으로 이번 지면은 출발했다. 1985년 이후 15년만에 나온 2000년 통계청 집계가 가장 최근의 내용으로 이를 토대로 했다. 
 

길에서 만난 아무개는 김씨, 이씨, 박씨, 최씨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상위 10대 성 중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64.1%)이 절반을 넘기 때문이다. 한국인 5명 가운데 1명이 김(金)씨다. 10명중 2명꼴로 김씨를 만난다는 확률이다.
귀화인을 뺀 한국인의 성은 모두 288개, 본관(本貫)은 4179개다. (귀화인과의 결혼으로 창성 등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전체 인구의 5분의 1인 992만6000명 정도. 김수로왕계의 김해김씨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김알지계의 신라김씨 계통이다. 김씨는 고려 때까지 금씨로 불렸는데, 음양오행에 따라 이씨 조선을 무너트릴 것이라는 불길한 소문을 염두에 둔 태조(이성계)의 명으로 쇠금이 아닌 성김으로 바꿔 부르게 된 것으로 일부에서 말하고 있다.
각 나라의 성씨제도는 언제부터 생겼을까. 여러 설이 있지만 아무래도 중국에서 제일 먼저 시작되었다는 것이 정론이다. 중국에서는 약 5000년전부터 성씨를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구 13억 중국의 성씨 순위를 보면 7.9%가 리(李)씨, 그 다음이 왕(王·7.4%)씨, 장(張·7.1%)씨다. 일본의 경우 스즈키가 1위이고, 2위는 사토, 3위는 고바야시씨다. 영어권에서는 스미스 패밀리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은 존스, 윌리엄스, 테일러, 브라운, 데이비스 순으로 알려졌다.
우리 사회에서 성은 그 뿌리가 깊다. 결혼한 여성이 남편의 성을 따르는 일본이나 서양과 달리 친정아버지의 성을 그대로 쓰는 것만 봐도 그렇다.
최근 들어서는 성을 쓰지 않는 이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성을 빼고 이름만 쓴다. 성씨 자체가 가부장제의 산물이라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부모 양성을 쓰는 경우도 많아졌다. 혈통주의에 반대하고 모계를 확인하자는 의미에서다.
기존에 없던 성씨도 늘어났다. 귀화인들이 늘어난 게 원인이다.
방송인 로버트 할리씨는 한국에서 살던 부산 영도를 따 ‘영도 하씨’를 창성했고, 1986년 귀화한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역시 ‘독일 이씨’의 시조가 됐다. 아예 독특한 성씨를 새로 만든 경우도 있다. 프랑스 출신 방송인 이다도시씨는 본관 없이 ‘도시’를 성으로 등록했다. 이외에도 즙씨 누씨 묘씨 내씨 삼씨 초씨 망절씨 소봉씨 어금씨 등은 100명이 안되는 성씨로 등록돼 있는 상태다.
이제 이름에서 혈통이나 출신지역을 알아내는 것은 무리일 듯싶다. 혈족을 나타내기 위하여 붙인 칭호이자 주로 아버지와 자식 간에 대대로 계승된다는 국어대사전의 성에 대한 풀이도 곧 있으면 바뀔지도 모른다.
kmk@ieve.kr /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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