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칠 생각은 하면 안 된다".
한화 '괴물 에이스' 류현진(24)의 2경기 연속 완투는 많이 이야깃거리를 낳았다. 지난달 26일 목동 넥센전에서 8이닝 127구 완투패를 당했던 류현진은 4일 쉰 뒤 지난 1일 대구 삼성전에서 9이닝 134구 완투승을 거뒀다. 일주일 동안 2경기에서 무려 261개의 공을 던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력적인 피칭을 한 류현진에 대한 경외의 시선과 혹사가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가 공존하고 있다.
▲ 평균자책점 때문에

지난 4일 대전구장. 1루측 홈 덕아웃에 앉아있던 한대화 감독이 한 선수를 보고 한마디했다. "어이, 돼지! 팔 괜찮아?". 라커룸으로 들어가던 류현진은 "네"라고 웃으며 답했다. 한 감독은 "그만하라고 해도 안 내려오더라. 평균자책점을 내리려고 저런다"며 웃었다. 류현진은 항상 최대 목표로 2점대 평균자책점을 꼽는다. 류현진의 현재 평균차잭점 4.35. 시즌 초반 워낙 실점을 많이 한 탓에 좀처럼 안 내려 가고 있다.
한감독은 "(지난달 14일) 문학 SK전에서도 원래 5이닝만 던지게 하려고 했다. 그런데 자기가 6회까지만 던지겠다고 해서 올려보냈더니 7회에도 또 던지겠다고 하더라. 그때는 6이닝만 던지게 했다. (지난달 26일) 목동 넥센전에서도 원래 7이닝에서 끊으려고 했다. 그런데도 또 자기가 던지겠다고 고집을 피워서 8회까지 던지게 했다. 삼성전 같은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는 끊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평균자책점이 왜 이리 안 내려가는지"라며 울상을 지었다. 시즌 초반 대량실점 탓에 웬만하면 평균자책점이 잘 내려가지 않는다. 그는 "데뷔 후 이런 평균자책점은 처음이다. 다른 건 신경 쓰지 않는데 평균자책점은 꼭 내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대화 감독은 "1이닝이라도 더 던져서 평균자책점을 내리려고 한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어차피 내려갈 평균자책점은 내려간다.
▲ 타고난 유연성

한 감독은 류현진에 대해 "관리도 관리이지만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게 있다"고 말했다. 류현진이 데뷔 이후 6년째 매년 많은 공을 던지고 있지만 아직도 끄덕없이 자기 공을 던지고 있다. 한 감독은 타고난 유연성을 가장 큰 원동력으로 꼽았다. "선천적으로 몸이 유연한지가 중요하다. 선동렬 감독도 현역 시절 얼마나 유연했나. 몸이 부드러웠다. 류현진도 그런 스타일"이라는 게 한대화 감독의 설명이다.
류현진도 "나 같은 경우에는 많이 던진다고 해서 힘든 건 없다. 몸만 아프지 않으면 된다. (투구수 같은 건)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류현진은 경기초반부터 전력투구하는 보통 투수들과 달리 완급조절과 강약조절을 통해 힘을 빼고 던질 줄 안다. 그의 투구수를 숫자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류현진도 "다칠 생각은 하면 안 된다"며 주위의 혹사 시선을 차단했다. 물론 기본적인 건 지켜야 한다. 한대화 감독은 "조금이라도 투구수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현진 스스로 꼽는 부활의 가장 큰 요인은 볼넷 줄이기였다. 시즌 첫 3경기에서 9이닝당 볼넷이 평균 7.2개였던 류현진은 최근 3경기에서 그 숫자를 0.2개로 확 줄였다. 류현진은 "시즌 초반 안 좋았던 원인은 역시 볼넷이었다"고 인정했다. 무사사구 완투승을 거둔 삼성전에서도 볼넷을 최대한 안 주려고 했다. 그는 "그때는 불리한 카운트라도 볼넷을 안 주기 위해 가운데로 던졌다"고 떠올렸다.
볼 배합의 주도권을 잡은 것에서 류현진의 부활을 찾을 수 있다. 류현진은 "컨디션을 작년과는 비교할 수 없다"면서도 달라진 부분에 대해 볼 배합을 꼽았다. 포수의 사인에 고개를 젓는 경우가 잦아진 것이다. 류현진은 "그거 하나 달라졌다"며 "예전에는 사인대로만 갔다. 고개를 가로젓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감독님께 한 소리 들은 후 아니다 싶은 것은 저었다. 그런데 삼성전에서 안타 4개를 맞았는데 그 중 2개가 고개를 저은 뒤에 맞은 것이었다"며 멋쩍어했다. 결론은 하나. 결국 류현진은 류현진이다. 그는 여전히 괴물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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