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배포' 유창식, "못하면 안돼! 잘 던져야 한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5.05 09: 07

슈퍼루키는 역시 배포가 달랐다.
한화 '슈퍼루키' 좌완 투수 유창식(19)은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지명됐다. 여기에 계약금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7억원이었다. 한화 구단 사상 최대 계약금. 그러나 고교 시절의 혹사 여파로 어깨에 염증이 생겼고 스프링캠프를 온전하게 치르지 못했다. 최하위 한화는 그를 바라보며 큰 기대를 걸었지만 시작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몸 만들기에만 집중해야 했다.
당연히 개막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다. 구위를 완전하게 끌어올리지 못한 상태였고 섣부른 1군 데뷔는 자칫 자신감을 잃게 하는 최악의 수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한대화 감독은 유창식에게 충분한 준비기간을 줬고, 그의 부담을 덜어주려 애썼다. 그리고 어느 정도 준비를 마친 5월의 시작과 함께 유창식을 1군으로 불러들였다. 1군 데뷔한 지 얼마되지 않은 초짜이지만 2경기 1⅔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연착륙하고 있다.

유창식은 "긴장도 안 되고 그냥 그랬다"며 데뷔전 소감을 밝혔다. 그는 "1군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건 없었다. 어떻게 볼을 뿌리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던지는 게 모자라다. 80~90% 상태다. 그런대로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약간의 부담감도 보였다. "못 던지면 안 된다. 잘 던져야 한다"는 것이 유창식의 말이다. 그러나 프로 무대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유창식 본인이 누구보다 실감했다.
그는 "고교 때는 설렁설렁 던지는 게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무조건 전력투구를 해야 한다"며 "프로 타자들은 변화구 속을 걸 속지 않는다. 맞히는 능력도 좋다. 1군뿐만 아니라 2군도 그렇다"고 털어놓았다. 그래도 2군에서 충분한 준비 기간을 거쳤다. 송진우 2군 투수코치는 "너무 세게 던지려고만 하지 말고 컨트롤을 잡아가면서 던져라"고 조언했다. 그 조언대로 유창식은 직구 최고 구속은 142km에 그치고 있지만, 안정된 제구력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래도 슈퍼루키다운 배짱은 두둑하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 같다'는 말에 유창식은 "안 힘들었어요"라며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지난 3일 데뷔전에서 정근우의 직선타를 이여상이 잘 잡은 것에 대해서도 "타구가 막힌 것 같았다"며 자신의 공에 대한 믿음을 보였다. 물론 자신에 대한 냉정한 판단도 있었다.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한 것에 대해 그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볼이 안 되기 때문에 당연했다. 안 좋은 건 빨리빨리 털어버리는 성격"이라고 했다.
남다른 배포는 지난 4일 대전 SK전에서 증명됐다. 3-4로 뒤진 4회 2사 1·2루에서 구원등판한 유창식은 첫 타자 임훈을 상대로 빗맞은 안타로 맞고 승계주자 1명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하지만 이전 타석에서 2타수 2안타로 타격감이 좋은 박정권을 상대로 10구 승부 끝에 133km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박정권이 끈질기게 커트를 하며 버텼지만 유창식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자기 공을 자신있게 뿌려댔다. 그의 남다른 승부근성을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한대화 감독은 유창식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 유창식은 자신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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