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LG 트윈스 선수들과 팬들은 신났다. 개막 전 부상을 당한 봉중근(31)을 대신해 임시 선발 요원이라고 생각했던 박현준(25)의 예상치 못한 '깜짝투' 덕분에 마냥 즐겁다.
무엇보다 박현준은 3일 잠실구장에서 있은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등판해 9이닝 동안 115개를 던지며 탈삼진 10개 3피안타 5사사구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4승째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박현준은 다승1위(4승), 탈삼진 2위(38개), 평균자책점 4위(2.50)를 달리고 있다.
4일 오후, 하루가 지났지만 박현준의 호투 열기는 잠실에서 그대로 전해졌다. 경기 전 기자들과 만난 '주장'박용택은 "내가 입단 후 이렇게 잘 던진 투수는 처음이었다"고 말했고, 봉중근 역시 "올해 잠실에서 올스타전이 열려 한번 나가보고 싶었는데 현준이에게 밀렸다. 현준이가 에이스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박현준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너무도 덤덤했다. 그는 "작년에 비해 제구가 조금 좋아졌다"는 말과 함께 주무기인 포크볼의 숨은 비밀을 공개했다.
▲포크볼 전수자는 넥센의 장태종
박현준이 호투를 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사이드암 투구폼에서도 낙차 큰 포크볼을 던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박현준은 어떻게 포크볼을 배웠을까.
박현준은 "경희대학교 1학년 때 캐치볼로 몸을 풀면서 장난을 치다 배웠다"고 말했다. 그에게 포크볼을 가르쳐 준 주인공은 현재 넥센에 있는 장태종이다. 박현준은 "선배가 포크볼을 던졌다. 그래서 나도 한번 던져본다고 장난을 친 게 지금의 내 포크볼이 됐다"면서 "그때 장난을 안 쳤다면 모르겠다. 지금의 난 없을 수도 있다"며 웃었다.
▲사이드에서 포크볼을 던지는 방법은?
박현준의 포크볼 그립은 보통 포크볼 그립인 검지와 중지 손가락을 벌려 공을 깊숙이 낀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그 안에 비밀은 있다.
보통 오버핸드 투수의 경우 머리 위 높은 타점에서 공을 높기 때문에 검지와 중지의 힘을 동일하게 준다. 그러나 박현준은 사이드암 투구폼에서 포크볼을 수직으로 떨어뜨릴 수 있었던 것은 검지와 중지 손가락의 활용에 있었다.
일단 박현준은 와인드업 후 옆에서 자신의 허리 앞으로 공을 끌고 나오는 동안에는 검지에 힘을 줘 공을 누른다. 그리고 릴리스포인트 지점에서는 중지에 힘을 줘 다시 꾹 눌러준다. 그럴 경우 박현준은 사이드암이지만 정통파와 같이 수직으로 공을 떨어뜨릴 수 있었다.

▲포크볼만 잘 던진다고?
재미난 사실은 포크볼은 너클볼이 아니기 때문에 포크볼 하나만 잘 던져서 좋은 투수가 되기 힘들다. 특히 포크볼은 스트라이크를 잡는 공이 아니라 스트라이크 존으로 날아오다 아래로 뚝 떨어지는 유인구다.
이 때문에 포크볼이 통하기 위해서는 구속차를 충분히 줄 수 있는 직구가 필요하다. 다행히 박현준은 150km가 넘는 직구를 뿌린다. 경기 후반에도 145km는 충분히 던진다. 구속 뿐 아니라 공 끝의 움직임도 심해 타자들을 곤혹스럽게 한다.
여기에 박현준은 130km까지 나오는 슬라이더도 던진다. 슬라이더의 궤적은 우타자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가기 때문에 박현준은 우타자들을 상대로 타이밍을 빼앗으면서 카운트를 잡을 때 주로 구사한다. 좌타자들에게도 완급조절을 할 때 효과적으로 사용한다.
▲좌타자가 더 편한 이유
보통 사이드암이나 언더핸드의 경우 좌타자들을 매우 까다롭게 생각한다. 공의 궤적이 우타자들에게는 멀리 달아나는 반면 좌타자에게는 시각적으로도 흘러 들어오기 때문에 더 잘 보인다.
그러나 박현준은 반대다. 그는 "사실 좌타자가 조금 더 까다롭긴 하다. 그러나 난 포크볼을 던진다. 옆에서 나와서 우타자를 상대로 포크볼을 던질 때는 공이 몸쪽으로 휘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몸에 맞은 볼이 종종 나온다. 그런데 좌타자에게 포크볼을 던지면 몸에 맞는 볼이 나올 가능성이 낮아 오히려 편하다"고 설명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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