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대전구장. 어린이날을 맞아 날씨가 화창했다. 경기장에는 동요가 울려퍼지며 어린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한화와의 원정경기를 준비하고 있는 3루측 SK 덕아웃. 결막염으로 선수단과 부분 격리된 내야수 정근우(29)가 나타났다. 정근우는 동요에 맞춰 귀여운 율동으로 어린이날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근우의 표정은 이내 진지해졌다. 그는 "오늘 큰 아들 재훈(4)이가 유치원에서 운동회를 한다. 학부모들도 다 온다는데 지금 내가 갈 수 없는 처지 아닌가. 아들에게 참 미안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운동회에서는 으레 학무모 달리기도 한다. 정근우는 "내가 나갔으면 그냥 끝났을텐데"라며 입맛을 다시기도 했다. 정근우는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준족 중 하나다.
정근우는 "큰 애가 유치원을 다닌 뒤 많이 달라졌다. 거기서 많이 배우는 모양이다. 밥먹는 것이나 어른들을 대하는 것이 다르다"며 "4살인데 4살 같지 않다. 내가 경기 중 슬라이딩을 해서 다치면 엄마에게 '아빠 넘어진 것 괜찮냐'고 물어볼 정도다. TV에 클로즈업되면 아빠 멋있다고 한다더라"며 아들 자랑을 늘어놓았다.

이어 정근우는 "내가 집에 있을 때에는 같이 야구를 하려고 한다. 혼자서 치고 달리고 슬라이딩한다. 둘째 아들 지완(2)이도 형 따라서 스윙한다"며 껄껄 웃었다. 그러나 교육 관념은 확실했다. 그는 "나는 애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할 것이다.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 공부하고 싶으면 공부하고 야구하고 싶으면 야구하는 것이다. 자기가 판단할 일이고 나는 옆에서 조언을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큰 애가 키는 별로 안 클 것 같은데 운동신경은 있어 보인다"며 약간의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창 정근우가 아들자랑을 늘어놓고 있을 때였다. 그 곁을 지나가던 박정권이 "오늘은 근우가 잘할 것이다. 어린이날 아닌가. 우리 근우 어린이 잘할 것"이라며 일침을 놓았다. 정근우도 "나도 아직 내가 애 둘을 둔 아버지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며 해맑게 웃어보였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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