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닙니다. 그러실 필요없어요".
SK 김성근 감독이 마운드 운용은 불펜에서 방점이 찍힌다. 선발이 기대에 못 미친다 싶으면 투수교체를 한 박자 빠르게 가져가 불펜을 가동한다. 막강 불펜은 SK의 절대적인 힘이다. 그 중에서도 돋보이는 선수가 바로 좌완 전병두(27)다. 전병두는 올해 선발 중간 마무리를 오가는 전천후 피칭을 펼치고 있다. 선발로는 한 번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이후 중간과 마무리를 넘나들면서 분투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4일 대전 한화전에서 김성근 감독이 개인 통산 1200승을 거둔 날에도 전병두는 승리를 안긴 일등공신이었다. 6회부터 구원등판해 9회 2사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3⅓이닝 2피안타 2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중간 허리를 완벽하게 지켰다. 승리는 이승호(20번), 세이브는 정우람이 가져갔지만 그 중간에서 홀드를 기록한 전병두의 가치가 빛나는 한판이었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의 속마음은 그리 편치 못했다.

1200승이라는 의미있는 승리를 거둔 그날밤. 김성근 감독은 이례적으로 한 선수에게 미안함을 나타냈다. "전병두가 어제, 오늘 수고를 해줬다. 무리시킨 것 같아 마음이 쓰리다"는 것이 김 감독의 말이었다. 1200승까지 걸린 지난 28년의 세월을 돌아볼 수 있는 그런 상황에서도 김 감독은 불펜에서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전병두에게 각별히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만큼 전병두에 대한 애정이 큰 것이다.
전병두는 올해 SK 마운드의 마당쇠 노릇을 하고 있다. 정우람과 함께 팀 내에서 가장 많은 14경기에 나와 3승1패3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3.80을 기록 중이다. 승리·패배·세이브·홀드 숫자에서 알 수 있듯 그야말로 전천후로 등판했다. 투구이닝도 23⅔이닝으로 팀 내 구원투수 중에서 가장 많이 던졌다. 게다가 지난달 28일 광주 KIA전에서 3⅔이닝 62구를 던지고 4일 휴식을 취한 뒤 3일 대전 한화전 1이닝 17구, 이튿날 3⅔이닝 56구를 던졌다.
다음날. '김성근 감독이 미안해 했다고 한다'고 한다는 말을 전하자 전병두는 "아니다. 그러실 필요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저 "마운드에서 던지는 것지 좋다. 힘든 건 없다. 아직 공이 안 좋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직접 미안함을 표시했냐'는 질문에 전병두는 "평소 따로 말씀하시지 않는다"며 "아직 공이 원하는 수준이 아니다. 직구가 별로다. 작년보다 구속이 1~2km 정도 덜 나온다. 만족 못하겠고 언제 만족할지도 모르겠다"고 자신에 대한 아쉬움부터 나타냈다.
전병두는 "볼넷도 많고 폭투도 많다. 송은범의 제구력을 배우고 싶다"는 소망도 나타냈다. 그때 그 곁을 지나가던 송은범이 그 이야기를 듣고는 한마디했다. "홈런 2방 먹은 투수 볼이 좋다고? 너, 나 약 올리냐?" '동갑내기 친구' 송은범 앞에서 전병두는 꼬리를 내려야 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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