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경기 동안 선발투수들은 분전했다. 국내파 에이스와 이방인 에이스는 7이닝 이상을 투구하며 제 몫을 했고 5선발과 깜짝 선발로 가능성을 비췄으나 확실한 파급력의 결정타는 보이지 않았다.
30개의 병살타와 4번의 영봉패. 5일까지 2위(14승 1무 10패)를 달리고 있는 두산 베어스의 자화상이다. 두산은 지난 5일 잠실 LG전서 막판 뒷심 부족으로 8회 대거 8점을 내주며 4-12로 완패했다.

이날 패배로 두산은 5월 첫 4경기서 1승 3패에 그치며 주춤거렸다. 위태롭게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나 어느새 선두 SK와는 4경기 반 차이까지 밀려났다. 3위 LG에는 반 게임 차 추격권을 허용한 두산이다.
최근 경기 모습. 특히 타선의 집중력이 단 한 경기를 제외하고는 좋은 편이 아니었기에 더욱 아쉽다. 5일 경기 후 김경문 감독은 "되새길 것은 되새기고 다음 경기를 승리하는 데 집중하겠다"라는 짧지만 의미있는 답변을 내놓았다.
두산이 최근 경기서 되새겨야 할 것은 무엇인가. 최근 들어 두산을 가리키는 수식어 중 사라진 것을 찾으면 된다. '화수분 야구'는 어느새 예전의 수식어가 되었으며 '미라클 두산'이라는 기치도 쏙 들어갔다.
이전까지의 두산 야구는 스타 플레이어가 빠져도 또다른 선수가 색깔을 달리해 그 자리를 메우며 리빌딩과 상위권 성적을 모두 잡던 팀이었다. 안경현이 비운 2루 자리는 넓은 수비범위와 빠른 발을 지닌 고영민이 대체했으며 장원진의 자리는 신고선수 출신 김현수가 꿰차며 국내 최고 좌타자 중 한 명으로 성장했다.
정수근-전상렬이 지켰던 중견수 자리는 현대에서 방출되었던 이종욱이 꿰차며 국가대표 테이블 세터로 우뚝 섰다. 김민호의 은퇴 후 신고선수 출신 손시헌이 주전 유격수로 자리한 것은 이미 오래 전 일이다. 그 외에도 임태훈, 정재훈, 최준석, 오재원, 양의지 등 많은 유망주들이 두산 지붕 아래서 자신의 실력을 키워내며 주목을 받았다. 10년 전 우승 당시와 비교했을 때 주포 김동주를 제외한 모든 부분이 바뀌었다.
주축 선수들의 이적 및 은퇴에도 김 감독 재임 시절 2006년을 제외하고 매년 플레이오프 진출은 보장되었던 두산. 그들을 가리키던 수식어는 '화수분 야구' 혹은 '미라클 두산'이었다. 그러나 지난해서부터 그 수식어의 출현도는 점차 줄어들었다. 선수들 개개인의 기량과 경험이 쌓인만큼 이제는 확실한 우승 적기라는 팀 내부의 평가도 컸다.
그러나 아직도 그들은 차점자 입장이다. 한 야구인은 1일 문학 SK전서 게리 글로버, 3일 잠실 LG전서 박현준의 공에 무력화된 두산 타선에 대해 "상대의 떨어지는 공 위력이 좋은 데도 자기 스윙 일변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며 꼬집었다. 잘 될 때는 거침없이 터지지만 안 될 때는 끝없이 무력화되었던 타선 기복에 대한 지적이다.
지난 7년 간 김 감독은 두산을 단골 포스트시즌 진출팀으로 이끌었지만 우승의 희열은 느끼지 못했다. 이는 비단 감독에게만 미치는 영향이 아니라 선수단, 프런트에게도 부메랑이 될 수 있다. 단체 스포츠인만큼 '10년 간 우승이 없다'라는 것은 모두의 책임과도 같다.
잘 되면 '성장주들이 스타로 자라난' 케이스로 미화될 수 있지만 안 되는 경우 자칫 '매너리즘'이나 더 나아가지 못하는 '무기력증'으로 보일 수도 있는 것이 현재 두산의 야구. '김경문호' 8번째 시즌인 두산의 진짜 위기는 바로 이 순간일지 모른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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