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삶도 장밋빛이었을까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1.05.06 19: 07

- 연극 ‘피아프’
샹송여왕의 감동적 일대기…최정원 열연
[이브닝신문/OSEN=오현주 기자] ‘하늘이 무너져 내리고 땅이 꺼져버린다 해도/ 당신만 날 사랑해 준다면 내게 두려움 없네/ 사랑이 아침을 깨우고 그 사랑 내 몸을 감싸면/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 당신이 날 사랑한다면….’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가 토해내는 ‘사랑의 찬가’가 울린다. 에디트 피아프는 연인 막셀 세르당을 잃었다. 비행기 사고였다. 피아프를 만나고 돌아가던 길이었다. “아침에 돌아가라는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어.” 그의 절규는 술과 마약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절정은 그 이후였다. 드라마틱한 생애 그 이상, 연극 ‘피아프’다.

 
“친애하는 신사 숙녀 여러분, 여러분이 사랑하는 피아프입니다.” 첫 장면. 정장 차림을 한 남자의 소개에 이어 구부정한 어깨를 늘어뜨린 피아프가 모습을 드러낸다. ‘나 그대 품속에서 작은 음성 들을 때 내 인생은 장밋빛….’ 하지만 노래 ‘장밋빛 인생’이 채 끝나기도 전 그는 휘청하고 곧 매니저에게 들려나간다.
연극 ‘피아프’는 20세기 최고의 샹송가수로 불리는 에디트 피아프(1915∼1963)의 극적이고 강렬했던 48년 일생을 더듬어간 작품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피아프의 본명은 에디트 지오바나 가숑. 창녀촌에서 유년기를 보내며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며 구걸하던 그의 가치를 알아본 것은 루이스 르플레라는 클럽 주인이었다. 작은 참새란 뜻의 피아프란 이름을 지어주며 데뷔 무대에 올린다. 하지만 후원자이던 그가 어이없이 피살되면서 피아프는 다시 나락으로 떨어진다.
이후 어렵게 재기한 피아프를 버티게 한 것은 사랑이란 이름의 남자들. 1944년 물랑루즈에서 만난 배우 겸 가수였던 이브 몽탕과의 사랑에선 노래 ‘장밋빛 인생’이 만들어지고, 피아프가 가장 사랑했다는 권투선수 막셀 세르당과의 만남과 헤어짐에선 ‘사랑의 찬가’가 탄생된다. 그리고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를 부르던 그는 파리 올림피아에서 마지막 콘서트를 열고 팬으로 만난 27살의 어린 남편 테오파니 람부카가 지켜보는 가운데 생을 마감한다.
무대연출 자체로 피아프의 삶을 대변했다. 침실과 거리의 카페, 피아프가 공연하던 중앙무대로 공간을 삼분했고 바닥은 흙으로 채웠다. 하지만 극도로 단순화시킨 무대가 상징하는 것은 적잖다. 그 공간이 피아프의 인생 전부란 얘기다. 거리에서 처음 노래를 부르던 그는 가수로 성공한 후에도 술과 남자를 낙으로 삼았다. 그리고 그를 만들고 세웠던 거친 흙은 덧없이 지고만 그의 삶을 다시 불러들인다.
1978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했다. 국내선 2009년 두 주간의 짧은 일정으로 초연했다. 배우 최정원의 가치는 이번 앙코르 공연에서도 빛을 냈다. 초연에 이어 다시 피아프로 나선 그는 거친 말과 행동의 어린 시절부터 늙고 쇠약해진 어깨에 얹힌 초점 잃은 눈빛까지 오롯이 피아프로 살아냈다.
“친애하는 신사 숙녀 여러분, 여러분의 피아프입니다.” 마지막 장면. 매니저에게 들려나간 그는 다시 무대로 돌아오지 못했다. 서울시 흥인동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내달 5일까지 볼 수 있다.
euanoh@ieve.kr /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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