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승을 올리고 나니까 얼떨떨하다. 그러나 부모님 생각이 났다".
LG 트윈스 '마운드의 미래' 임찬규(20)가 6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전에 2회 선발 김광삼에 이어 구원 등판해 4이닝 동안 삼진 2개를 곁들여 1피안타 3사사구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하며 프로 데뷔승을 거뒀다.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개막전 26인 로스터에 포함돼 1라운드 지명자들 가운데 유일하게 꾸준히 1군 엔트리를 지킨 임찬규는 정확히 14경기 만에 승리를 올릴 수 있었다.

첫 승 직후 실감을 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던 그는 "지금까지 내가 야구를 할 수 있게 도와주신 부모님 생각이 났다"며 어버이날 인사를 전했다.
▲임찬규, LG에 1지명을 받다
185Cm 80Kg의 이상적인 체격을 지닌 임찬규는 우완 정통파 투수로 제44회 대통령배 고고야구대회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 선수로 선정되면서 LG 스카우트팀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특급 신인'유창식(한화)과 함께 청소년대표를 지내는 등 공격적인 피칭과 수준급의 변화구 구사능력을 보유해 지난해 계약금 3억 원, 연봉 2400만 원을 받고 2011드래프트 1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고3때 직구 최고 구속이 148km까지 찍은 임찬규는 서클 체인지업, 슬로 커브 등을 구사했다. 임찬규의 최대 장점은 신인답지 않게 배짱이 두둑하다는 것이다.
▲'패전처리' 임찬규, 중간 계투로 승격
임찬규의 1군에서 첫 임무는 매우 단순했다. 팀이 큰 점수차로 뒤져있을 때 등판하는 패전처리였다. 임찬규는 "패전처리도 내게는 감사하다"고 말했지만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살렸다.
임찬규는 지난 4월 2일 잠실 두산과 개막전에 구원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산뜻한 출발을 보였다. 지난 20일 문학 SK전까지 7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23일 잠실 KIA전에서 최희섭에게 데뷔 첫 안타를 맞고 실점을 한 임찬규는 "메이저리거인 (최)희섭 선배에게 데뷔 첫 안타를 맞아서 영광"이라는 당돌한 모습까지 보였다. 언제 어느 순간에서도 당당한, 아니 당돌하기까지 한 임찬규의 성격을 알 수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패전처리였던 임찬규는 서서히 박종훈 LG 감독과 최계훈 투수 코치의 신임을 얻었다. 박 감독은 지난달 중순 "찬규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몸쪽 공을 던질 때 자신있게 손을 쭉 뻗는 모습이다. 변화구 구사 능력만 조금 더 향상된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아직 선발로는 능력이 부족하다. 승리조도 부족하다. 경험을 더 쌓고, 변화구 구사 능력도 향상시키면 다른 보직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때까지는 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임찬규는 팀이 리드를 하고 있는 상황, 또는 접전 상황에서도 마운드에 오르는 중간계투 요원으로 승진했다. 지난 28일 사직 롯데전에서 3타자를 상대로 2피안타 1사사구로 혼줄이 난 임찬규는 1일 잠실 넥센전에서 한 타자만 상대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 것이 6일 롱릴리프로 많은 공을 던질 수 있었다.
▲올 시즌 목표는 부상 없이 1군 풀타임 출장
임찬규는 올 시즌 14경기에 등판해 16이닝을 던져 삼진 10개를 곁들여 8피안타 10사사구 평균자책점 1.69를 기록 중이다. 아직까지 피홈런도 없고, 피안타율도 1할4푼8리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프로를 경험하며 확실히 고등학교 때와 다른 점들을 매일 깨닫고 있다. 임찬규는 "조금만 공이 몰리면 곧바로 안타를 맞는 것 같다"면서 "단순한 피칭을 보이면 안 된다는 점을 매일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임찬규는 프로 입단 후 커브를 새로 익혔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때 변화구는 커브만 던졌다. 대부분의 공이 홈플레이트 근처에 떨어지는 원바운드 볼이다. 경기 중에서 나오는 공과 비슷하다.
커브만 던지다 보니 고교시절 주무기인 서클 체인지업의 감각을 잊어버렸다. 그래서 최근에는 캐치볼을 하는 동안 체인지업 감각을 회복하기 위해서 노력 중이다. 현재 임찬규는 직구, 커브, 슬라이더만을 구사한다. 여기에 체인지업이 추가될 경우 선발급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
박종훈 감독은 임찬규의 성장에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경기 후 "신인급 선수들이 잘 해줘서 몸의 살은 빠졌지만 마음의 살은 쪘다"며 간접적으로 임찬규의 피칭을 칭찬했다.
임찬규는 커다란 욕심보다는 부상 없이 풀 타임 1군 출장하는 것이 목표로 잡고 있다.
agassi@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