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투' 김혁민, "다신 2군에 가고 싶지 않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5.07 09: 03

다시는 2군에 가고 싶지 않다. 1군이 좋다".
한화 5년차 우완 투수 김혁민(24)은 애증의 대상이었다. 타고난 구위와 하드웨어를 지녔지만 고질적인 제구난으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어깨 부상으로 시즌 중 재활에 들어가야 했다. 올초 스프링캠프에서도 한대화 감독은 그를 보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랬던 김혁민이 달라졌다. 1군 복귀 첫 경기부터 인상적인 피칭으로 한대화 감독의 눈도장을 찍는데 성공했다. 당분간 선발 자리도 보장받았다.
김혁민은 지난 5일 대전 SK전에 선발등판했다. 외국인 선발 훌리오 데폴라가 기대치를 밑돌자 불펜으로 내렸고 그 빈자리를 김혁민이 꿰찼다. 그러나 보장된 자리가 아니었다. 한대화 감독은 "기회를 한 번 줘보는 것이다.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는 본인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김혁민은 그 기회를 움켜잡았다. 이날 막강 SK를 상대로 5⅔이닝 6피안타 1볼넷 2탈삼진 4실점. 4실점 모두 수비 실책에 따른 비자책이었다.

이날 김혁민은 과감하게 스트라이크를 꽂아넣었다. 총 투구수 84개 중 56개가 스트라이크였다. 특히 24타자를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17차례 잡아냈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70.8%. 1회 김강의 수비 실책으로 4실점했으나 이후 큰 위기없는 안정감 있는 피칭을 펼쳤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9km. 제구가 전반적으로 낮게 잘 형성됐고 제구가 안정적이었다. 직구 61개, 체인지업·커브 9개, 슬라이더 4개를 적절히 섞어던졌다.
한대화 감독은 "사실 김혁민이 나와서 나도 긴장했다. 그런데 초구로 스트라이크를 넣더라. 그때부터 마음이 조금 놓였다"며 "볼넷이 많지 않았다. 그게 정말 마음에 든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어 한 감독은 "다른 것 필요 없이 가운데만 보고 던져라고 했는데 잘 던지더라. 1회에만 수비 실책 때문에 32개나 던졌다. 그것만 아니었다면 더 잘 던졌을 것이다. 당분간 선발 기회를 당연히 줄 것"이라며 김혁민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김혁민에게는 의미있는 등판이었다. 지난해 6월5일 대전 두산전 이후 첫 1군 등판으로 무려 11개월 만이었다. 그러나 그는 "긴장되고 떨리는 건 없었다. 오히려 5월5일 어린이날이라는 게 더 부담됐다.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줘야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고 되돌아봤다. 하지만 투구내용이 좋았고 한화에 희망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그는 "지난해 부상을 당한 후 재활훈련을 열심히 했다. 야수들을 믿고 포수 (이)희근이형 리드를 따랐다. 감독님께서도 부담없이 볼넷만 주지 말고 마음대로 던져보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개막 후 한 달간 2군에서 보낸 시간도 약이 됐다. 그는 "송진우 2군 투수코치님께서 힘으로만 승부하지 말라고 하셨다. 위기 상황일수록 더 힘 빼고 던져라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2군에서 정말 힘들었다. 다시는 2군에 가고 싶지 않다. 1군이 좋다"며 "팬들에게 이 선수는 정말 배짱있고 타자를 피하지 않는 투수였던 것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앞으로 그가 어떤 투구를 펼치느냐에 달려있다.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희망적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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