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88승' 배영수, 직구 최고 148km의 의미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1.05.08 07: 44

불가능은 없다. '영원한 에이스' 배영수(30, 삼성 투수)가 잃어버린 강속구를 되찾았다. 배영수는 7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최고 148km의 강속구를 뿌렸다. 경기 후 기자와 만난 배영수는 "148km? 진짜? 정말이냐"고 깜짝 놀라며 "꼭 크게 써달라"고 웃었다.
국내 최고의 우완 정통파로 군림했던 배영수는 2007년 오른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뒤 150km를 넘나들던 강속구를 잃어버렸다. 온 힘을 다해 던져도 140km를 넘지 못했다. 그래서 배영수를 향한 시선은 곱지 않았다. '이제 한 물 갔다' 또는 '아무 소용없다'는 낙담 뿐이었다. 그는 야구를 그만 두고 싶을 만큼 힘든 적도 많았다. 혼자 펑펑 울기도 했다. 벼랑 끝에 몰렸어도 포기하지 않았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기에.
그는 구속 회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지난해 전훈 캠프에서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을 보기 위해 알몸으로 섀도우 피칭(수건이나 대나무 등을 손에 들고 투구폼을 떠올리며 허공을 가르는 훈련)을 하거나 야구공 대신 핸드볼 공을 던지며 불펜 피칭을 하기도 했다. 야구공보다 커 팔스윙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힘이 들어가면 날아가지 않고 어느 부위에서 힘이 들어가는지 느낄 수 있다는게 그의 설명.

 
배영수는 "주변 사람들이 내게 인간 승리라고 하더라"며 "하루 하루 감회가 새롭고 야구하는게 너무 행복하다"고 웃었다. "대구구장 전광판에 150km가 찍히면 눈물을 쏟아낼 것 같다"는 배영수는 "무엇보다 다시 마운드에 올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게 너무 기쁘다. 150km이든 110km이든 그라운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서서 던질 수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한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감독님께 '길게 던지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더니 '괜찮으니까 무리하지 마라'고 격려해주셨다. 7~8이닝이 아닌 적어도 8~9이닝을 책임지고 싶다. 그리고 완투승을 달성한다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고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7일 현재 개인 통산 88승을 거둔 배영수는 "내 머릿속에는 100승 달성에 대한 생각 밖에 없다. 단순히 개인 성적의 의미보다 100승을 달성한다면 팀에 보탬이 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년간 누구보다 힘겨운 세월을 보냈던 배영수는 "수술 경험이 있는 선수라면 누구나 재활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포기하고 싶은 적도 많았지만 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아직 내가 살아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 지금껏 내가 내뱉었던 이야기는 다 지켰다.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한 나만의 약속은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배영수가 겪었던 인고의 세월을 통해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what@osen.co.kr(트위터 @chanik0105)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