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넥센은 돌풍의 팀이다. 여기에는 기가 막히게 잘 맞아떨어진 작전 성공의 영향도 크다. 올해 넥센의 대타 타율은 40타수 12안타로 정확히 3할. 리그에서 가장 높다. 볼넷 8개, 사구 1개, 희생플라이 1개 등을 포함하면 대타성공률은 4할4푼에 달한다.
그 중심에 바로 12년차 외야수 오윤(30)이 있다. 오윤은 올해 20경기에서 31타수 10안타 타율 3할2푼3리 1홈런 7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대타로 12차례 나와 8타수 5안타 4타점 4볼넷을 기록했다. 대타 타율이 6할2푼5리. 대타성공률로 따지면 7할5푼이나 된다. 올해 리그 최고의 대타요원으로 자리매김했다. 김시진 감독도 "오윤의 타격감이 좋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지난 2000년 현대에 2차 2번 전체 12순위로 현대에 지명된 12년차 외야수 오윤에게는 데뷔 첫 전성기나 다름없다. 데뷔할 때에만 하더라도 우타 거포로 기대를 모았으나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1군 데뷔도 군대를 다녀온 이후인 2005년에야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이렇다 할 인상을 남기지 못했고 자리도 없었다. 지난해까지 1군에서 126경기에 나와 타율 1할7푼5리 3홈런 16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올해 확실히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대타로 나올 때마다 한 방씩 쳐주며 존재가치를 알리기 시작했다. 오윤은 "대타로서 나름의 준비를 많이 한다. 경기 흐름이나 상황에 따라 대타로 나올 경우를 대비해 따로 미리 몸을 푼다. 머릿속으로도 계속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서 준비한다"고 설명했다. 몸과 마음 모두 준비를 철저하게 해놓기 때문에 대타로 들어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대타 타율 1위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타석에서 노림수가 향상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까지 오윤에 대한 스카우팅 리포트에는 '수싸움에서 밀리고 노림수가 약하다'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올해 타석에서 노림수가 크게 좋아졌다. 지난 6일 대전 한화전에서 8회 바뀐 투수 오넬리 페레즈의 초구 145km 직구를 공략해 만든 동점 투런포도 초구부터 직구를 노리고 들어간 것이다. 오윤은 "초구부터 노렸다. 어차피 처음 보는 투수였고, 마운드에 올라와 처음 던지는 공이기 때문에 직구가 들어오리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무명이었던 오윤에게는 올해가 아주 좋은 기회다. 그는 "그동안 잘한 게 없다. 비시즌 동안 정말 열심히 훈련하면서 준비했다. 나이도 있기 때문에 언제까지 그냥 머물러 있을 수는 없었다"며 "올해 감독님-코치님께서 기회를 많이 주셔서 감사하다. 기회를 주시는 만큼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좌투수가 선발로 나올 때에는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코칭스태프에서 거는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
오윤은 "어떤 자리에서든 열심히 하는 것만이 답이다. 그동안 못했던 것이 있는 만큼 더욱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오윤은 펀치력뿐만 아니라 강한 어깨로 외야수비에도 매력도 있다. 지난 11년간 음지에서 보이지 않았던 오윤의 존재 가치가 이제야 빛을 보기 시작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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