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겠다. 4일 휴식 후 등판은 그다지 결과가 좋지 않아서".
경기 전 그의 말은 기우가 되었다. 두산 베어스의 '써니' 김선우(33)가 스피드 대신 허를 찌르는 완급조절을 앞세운 빼어난 호투를 펼치며 팀을 연패 수렁에서 구해냈다.

김선우는 8일 잠실 롯데전에 선발로 등판해 9이닝 동안 94개의 공을 던지며 7피안타(탈삼진 3개, 사사구 2개) 무실점으로 2008년 국내 무대를 밟은 후 첫 완봉승(5-0 승리)을 따냈다. 최고 구속은 143km로 평소에 비해 느린 편이었으나 슬라이더, 스플리터의 움직임이 좋았다.
스타트가 좋지는 않았다. 1회초 김선우는 선두타자 전준우에게 중전 안타를 내주었다. 그러나 후속 이인구의 잘 맞은 타구가 2루수 고영민의 글러브로 빨려들며 2아웃이 되고 말았다. 여기에 팀은 1회말 김동주의 좌익수 방면 1타점 2루타와 김현수의 우월 투런으로 3점을 선취했다.
4회 1사 후 김선우는 이인구에게 볼넷, 손아섭에게 중전 안타를 내주며 1사 1,2루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중심타자들인 이대호와 홍성흔을 연속 우익수 방면 뜬공으로 잡아내며 무실점 행진을 멈추지 않았다.
7회초 김선우는 이대호와 강민호에게 우전 안타를 내주며 2사 1,2루 위기를 또다시 맞았다. 그러나 조성환의 유격수 땅볼이 나오며 7회 점수도 0이 새겨졌다. 김선우는 경제적 투구 속에 9회까지 무실점으로 첫 완봉승을 거뒀다.
이날 호투로 평균자책점을 1.76(8일 현재)까지 끌어내리며 1위에 오른 김선우. 그는 경기 후 "2007년 샌프란시스코 트리플 A 프레즈노 시절 이후 처음"이라며 "롯데는 공이 높으면 절대 이길 수 없는 팀이다. 직구보다 슬라이더를 앞세워 낮게 제구해 빠른 패턴으로 나아갔다"라고 투구를 자평했다.
뒤이어 그는 "정면타구나 병살이 자주 나와 운이 좋았다. 4번의 병살 플레이가 날 구했다"라며 야수들을 칭찬했다.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른 데 대해 김선우는 "아유"라는 말과 함께 쑥스럽게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언젠가는 무너지는 날도 있을 것이다. 큰 욕심 없이 3점 대 평균자책점에 집중하겠다".
farinelli@osen.co.kr
<사진> 잠실=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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