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위' LG, 힘은 어디서 나오나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5.09 07: 34

9년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도전하는 LG 트윈스의 돌풍이 5월에도 계속해서 불었다.
LG는 8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삼성전에서 선발 박현준의 호투와 조인성의 역전 홈런포 덕분에 8-4로 완승을 거뒀다.
4월 23경기에서 13승10패를 기록하며 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공동 3위로 마무리한 LG는 5월에도 4승3패를 거두며 9일 현재 17승13패를 기록하면서 SK(20승8패)에 단독 2위를 달리고 있다.

LG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단단한 전력을 보이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시즌 초 돌풍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지난 가을부터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 땀을 흘린 당연한 결과이자 보상이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정규시즌 133경기 가운데 2할 정도 밖에 진행되지 않았지만 승패를 떠나서 LG의 경기 내용이 지난해보다 훨씬 좋아졌다. 그렇다면 단독 2위를 달리고 있는 LG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야구는 멘탈, 자신감이 만든 변화들
LG가 선전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정신적인 면이 더 강해졌고 승리를 통해 자신감이 만든 변화들이라고 꼽을 수 있다. 야구에서 멘탈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박종훈 LG 감독도 "선수들의 생각이 팀을 바꾼 것 같다"고 말했다.
LG는 지난 시즌이 끝나자 마자 남해와 진주에서 마무리 훈련을 시작해 미국 플로리다를 거쳐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까지 쉼 없이 달렸다. 분명히 무리가 있고 힘든 스케줄이었다. 박종훈 감독도 "선수들에게 상당히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다"며 격려했다. 그러나 이유는 명확했다. LG는 지난 시즌 성적만 놓고 볼 때 투타에서 어느 것 하나 확실한 장점이 없었다.
무엇보다 박종훈 감독은 긴 훈련을 통해 선수들에게 '왜 야구를 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해야 하는지'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야구의 기본을 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한 베이스를 더 가고, 상대가 못 가게 막아야 한다"는 것이 박 감독이 생각하는 야구의 기본이었다. 박 감독의 주문은 많은 훈련을 통해 의식적인 부분은 행동으로 옮겨졌고 선수들 역시 정규시즌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이제는 어떤 경기에서든지 쉽게 지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까지 생겼다.
최근 맹타를 치고 있는 '베테랑'이병규는 "지고 있어서도 질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면서 "충분히 역전을 시킬 수 있다는 생각, 그리고 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LG의 변화 요인이다"고 설명했다. 박용택 역시 "이제는 선수들이 자신감을 많이 갖게 되면서 부담감도 많이 떨쳐냈다"고 덧붙였다.
박종훈 감독도 "선수들 스스로가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게임은 안 해야겠다는 것을 많이 느꼈을 것"이라면서 "덕아웃에서 선수들을 지켜보면 야구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팀에 대해서는 소속감이 더 커졌다는 것을 느낀다"며 평가했다.
▲선발 투수들 안정이 팀을 바꿨다
정신적인 면 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면에서 가장 큰 변화는 안정된 선발진이다. 야구에서 투수의 중요성, 그 중에서도 선발 투수의 능력은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다.
LG가 선발 야구를 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공로는 '광속 사이드암' 박현준(25) 덕분이다. 박현준은 원래 선발이 아닌 롱릴리프였다. 선발이 일찍 무너지거나 경기 중반 동점 상황에서 최소 2∼3이닝을 던지는 역할이었다. 그러나 시범경기 막판 '에이스'봉중근(31)이 왼쪽 팔꿈치 근육통으로 빠지면서 대타로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해 올 시즌 7경기에 선발 등판해 5승1패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 중이다. 다승 부문은 단독 1위에 올랐고, 탈삼진 역시 43개를 잡아 '괴물 투수'류현진(50개)에 이어 2위다. 사이드암에서 최고구속 150km가 넘는 직구에 우타자에게는 슬라이더를, 좌타자에는 포크볼을 배합해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다.
여기에 두 명의 새 외국인 투수 레다메스 리즈(28)와 벤자민 주키치(29)도 5승을 합작했다. 리즈는 최고구속 160km 강속구를 뿌리며 한국야구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7경기에 등판한 리즈는 2승3패 평균자책점 4.36를 기록했다. 1선발로서 승수가 조금은 부족한 느낌이 있지만 7경기 모두 6이닝은 꼬박꼬박 소화했다.
주키치는 시범경기 막판 왼쪽 옆구리 근육 손상으로 일주일 가량 늦게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으나 3승1패 평균자책점 4.38을 기록하며 견고한 모습을 보였다. 독특한 투구폼에서 140k중반대 직구와 140km까지 나오는 컷 패스트볼(커터)을 주무기로 타자들을 현혹했다. 낙차 큰 커브와 체인지업도 날이 갈수록 위력적이다. 평균 투구이닝이 5이닝밖에 되지 않는 점은 주키치가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여기에 4선발 김광삼(31)도 첫 두 경기에서 2승을 올렸다. 안정된 제구력을 바탕으로 한 포크볼의 위력이 더해지면서 4선발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내다 최근 2경기에서 주춤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5선발 심수창 대신 '에이스'봉중근이 마운드에 올랐으나 아직까지 봉중근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다.
요즘 LG 팬들도 "우리가 얼마 만에 선발 투수가 잘 던지는 경기를 보는지 모르겠다"면서 깜짝깜짝 놀란다. '주장'박용택을 비롯한 선수들 역시 "선발 투수들 모두가 이렇게 꾸준하게 잘 던지면서 야구를 한 기억이 없다"며 웃었다.
▲상하위 타선이 없는 화끈한 타력
LG는 마운드 뿐 아니라 타자들의 배트까지 불을 뿜으며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다. 일단 타율이 2할8푼2리를 기록하며 8개 구단 통틀어 1위다. 팀 전체 안타도 294개, 홈런 부문 역시 27개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타격의 중심에는 '베테랑 트리오' 박용택, 조인성, 그리고 이병규가 있다. 박용택은 올 시즌 30경기에 출장해 3할7푼3리의 타율에 7홈런 28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타율은 이병규에 이어 2위에, 홈런, 안타, 그리고 득점에서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안방마님'조인성(36)도 지난해 골든글러브 수상자의 위용을 선보이며 30경기 모두 출장해 4월 전경기에서 마스크를 쓰고서 온 몸으로 공을 막았다. 조인성은 3할4푼의 타율에 36안타 7홈런 26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조인성은 지난29일 잠실에서 열린 넥센전에서 선제 3점홈런을 포함해 4타점을 폭발시키며 동료들 사랑을 독차지했다
여기에 '큰'이병규가 최근 펄펄 뛰어다니고 있다. 시즌 타율이 3할8푼2리까지 올라 타격 1위에 올랐다. 홈런 역시 5개, 타점도 19타점이나 기록하며 이 셋이서 번갈아 가면서 결승타 또는 동점타를 날리고 있다.
▲더 좋은 성적을 위해서라면 수비가 기본
8일 경기 전 외야 정의윤은 추가적으로 수비 훈련을 받았다. 이날 정의윤은 좌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정의윤 올 시즌 외야에서 3차례 실책을 범했다. 그 중에는 승패에 영향을 끼친 것도 있었다. 다행히 정의윤은 수비에서 실책이 없었다.
LG는 야수들 뿐 아니라 투수들 수비 훈련도 강하게 하고 있다. 보통 경기 전 땅볼 타구를 받는 훈련 뿐 아니라 부족하다고 느껴질 경우 따로 불러 훈련을 시킨다. 외국인 선수도 예외가 없다.
시즌 초 리즈는 평범한 번트 타구를 놓치거나 몇 차례 공을 더듬었다. 그리고 나서 최계훈 투수 코치의 지도 아래 특별 수비 훈련을 받았다. 리즈 역시 "난  17살 때 야구를 시작해 수비에서 부족한 점이 있다"면서 "부족한 점은 배워야 한다. 특별히 기분이 나쁘거나 그런 것은 전혀 없다"면서 즐겁게 훈련했다.
덕분에 리즈는 지난 5일 잠실 두산전에서 투수 강습 타구를 잡아냈다. 이 수비를 놓고 박종훈 감독도 "나도 깜짝 놀란 수비였다"면서 리즈를 칭찬했다. 실제로 LG가 지난달 시즌 초 3연패에 빠졌던 가장 큰 원인은 수비 때문이었다.
물론 LG는 아직까지도 수비 뿐 아니라 세심한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있다. 그러나 2위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투수는 마운드에서, 타자는 타석에서, 수비수들은 각자 맡은 포지션에서 제 역할을 해낸 것이 LG의 선전 비결이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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