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승 1위' 박현준, 에이스로 대접받는 이유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5.09 07: 28

'광속 사이드암' 박현준(25)이 8일 대구 삼성전에서 승리투수가 되면서 다승 부문 단독 1위에 올라 이제는 LG 트윈스의 에이스가 됐다.
올 시즌 박현준은 7경기에 선발 등판해 5승1패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 중이다. 다승 부문은 단독 1위에 올랐고, 탈삼진 역시 43개를 잡아 '괴물 투수'류현진(50개)에 이어 2위다. 투구 이닝도 류현진(48⅓이닝)에 이어 46⅔이닝을 던져 2위에 올랐다.
▲상대팀 에이스급 투수를 물리치다

박현준이 에이스가 된 가장 큰 이유는 상대 에이스급 투수와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두기 때문이다. 박현준은 올 시즌 7차례 선발 등판했다. 자신이 등판한 7경기에서 LG는 5승을 거뒀다.
 
박현준은 지난달 3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일본에서 복귀한 '좌완' 이혜천과 맞대결에서 6⅓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거둔 것을 시작으로 차우찬(삼성)과 두 차례, 김광현(SK), 장원준(롯데), 김선우(두산)의 대결에서 결코 밀리지 않았다. 이들보다 먼저 마운드를 내려간 적은 단 한 차례.
올 시즌 자신에게 유일한 1패를 안긴 지난달 14일 잠실 삼성전에서 6⅓이닝 4실점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당시 삼성 선발 차우찬은 8이닝 1실점으로 막아 박현준에서 패배의 상처를 안겼다. 그러나 박현준은 8일 대구 삼성전에서 차우찬과 재대결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에이스임을 증명했다.
▲구위 자체가 에이스급
박현준은 크게 4가지 구종을 던진다. 우완 정통파가 아닌 사이드암인 박현준은 직구 최고 구속이 150km를 넘긴다. 올 시즌 최고 구속은 151km다.
여기에 우타자들을 상대로는 바깥으로 휘어져 나가는 120km 중반대 슬라이더를 집중적으로 구사한다. 만약 타자들이 타이밍을 잡는다는 생각이 들 경우에는 110km 초반의 커브를 던져 완급조절을 한다.
여기까지만 하면 에이스가 아니다. 보통의 선발 투수들은 이 정도는 된다. 박현준은 사이드암에서 낙차 큰 포크볼을 구사한다. 특히 좌타자들의 경우 슬라이더와 커브는 안쪽으로 감겨 들어가 상대적으로 시야에 잘 들어온다. 그래서 박현준은 좌타자에게 주로 포크볼을 구사해 헛스윙 삼진을 유도한다.
주무기인 포크볼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박현준이 사이드암 투구폼에서 포크볼을 수직으로 떨어뜨릴 수 있었던 것은 검지와 중지 손가락의 활용에 있었다. 박현준은 와인드업 후 옆에서 자신의 허리 앞으로 공을 끌고 나오는 동안에는 검지에 힘을 줘 공을 누른다. 그리고 릴리스포인트 지점에서는 중지에 힘을 줘 다시 꾹 눌러준다. 그럴 경우 박현준은 사이드암이지만 정통파와 같이 수직으로 공을 떨어뜨릴 수 있었다.
즉, 박현준은 4가지 구종을 자유 자재로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에이스급 구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기 운영 능력도 에이스급
투수도 사람이기 때문에 당일 컨디션에 따라 공의 궤적, 스피드가 달라진다. 특히 제구력이 안 될 경우 투수들은 난감하다.
박현준도 8일 삼성과 경기 때 채상병에게 초구 143km 직구를 던지다 가운데로 몰려 좌월 투런 홈런을 맞았다. 이어 김상수에게는 115km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몰려 중월 솔로포까지 내주며 백투백 홈런을 내줬다.
하위타선에게 홈런을 맞은 이유는 무엇일까. 박현준은 "포크볼 제구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날 박현준은 경기 초반 주무기인 포크볼이 제구가 되지 않아 고전했다. 2회 채상병과 김상수에게 백투백 홈런을 내준 구종은 각각 직구와 슬라이더였지만 포크볼 제구가 되지 않은 바람에 일어난 일이다.
2회까지만 해도 박현준은 직구 최고 구속이 145km까지 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홈런을 허용한 뒤부터 투구 스타일을 완벽하게 바꿔나갔다. 제구가 안 되는 포크볼 대신 공 끝의 움직임이 심한 직구로 정면 승부를 했다.
효과는 확실했다. 박현준은 이후 7회까지 20타자를 상대로 5회 김상수와 7회 신명철에게 단타만 맞았을 뿐 나머지 18타자를 범타로 처리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였다.
▲타자들도 박현준이 등판하면 더 집중한다
박현준은 등판 하루 전 타자들 앞에서 차우찬과 맞대결에서 "반드시 이긴다"고 말했다. 그러자 곁에 있던 LG 베테랑 타자들, 박용택, 이병규, 조인성, 이택근 등이 한 목소리로 "차우찬은 우리가 격파한다"며 박현준에게 용기를 북돋아줬다.
가장 큰 목소리는 이택근이 냈다. 이택근은 "현준아. 걱정하지마. 내일 내가 홈런 하나 칠게"라며 박현준을 웃게 했다. 이택근은 지난해부터 올 시즌까지 차우찬을 상대로 14타수 무안타였지만 이날 홈런 대신 4타수 3안타로 맹타를 휘두르며 박현준을 도왔다.
7일 삼성전에서 3안타를 몰아치며 타격 1위로올라선 '큰'이병규도 "차우찬? 치면 되지. 현준아 걱정하지마"라며 격려했다. 그러나 이병규 전날 외야 수비 때 펜스와 충돌하며 목 근육통으로 선발에서 제외됐으나 8회 대타로 출장해 2타점 적시 2루타를 날리며 약속을 지켰다.
하이라이트는 박용택이었다. 박용택은 7일 경기 전 박현준에게 자신의 배트 헤드 부분에 붙어 있는 스티커를 뜯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나서 그 자리에 매직으로 네가 쓰고 싶은 말을 쓰라고 했다. 박현준은 배트에 '현준이 등판할 때 홈런 치는 배트'라고 적으며 흐뭇해했다. 박용택은 6회 차우찬을 상대로 2타점 동점 적시타를 날리며 박현준을 웃게 했다.
4가지 구종을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는 능력, 조인성과의 완벽한 배터리 호흡, 그리고 타자들까지도 그가 등판할 때 더욱 더 집중하는 모습들. 덕분에 박현준은 현재 LG 에이스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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