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가 노래 잘하는 가수들의 치열한 경연에서 나아가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무대로 모험을 즐기는 페스티벌로 진화하고 있다.
프로 가수에게 너무 가혹한 서바이벌 방식과 여전히 음원차트를 도배해버리는 음원 서비스 문제를 논외로 한다면, 지난 8일 방송된 ‘나가수’는 가수들이 그동안 지상파 무대에서 시도할 수 없었던 각종 모험을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있는 중이다. 이같은 모험은 똑같은 모습만 보여줘서는 탈락할 수 있다는 가수의 불안감이 작용한 것일 수도 있고, 어차피 예상대로 순위가 나오지 않는 이상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매력을 어필하기라도 하자는 계산에서 기인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나가수’는 지난 8일 방송으로 세 명의 가수에게 보다 긴 생명력을 불어넣는데 성공했다.
# ‘다크한 야성미’ 이소라
감성을 뒤흔드는 이소라의 창법은 늘 한결같은 편이었다. 그가 대중에게서 사랑받은 노래들이나, ‘나가수’에서 보여온 노래들 모두 눈을 감고 들으면 눈물이 톡 떨어지는 분위기의 곡이었다. ‘바람이 분다’가 대표적인 케이스.
그러나 8일 방송에서 이소라는 최고의 파격을 선보였다. 감성적인 분위기를 다크한 야성미로 확실하게 변환시킨 것. 더구나 미션곡은 보아의 ‘넘버 원’. 어린 소녀가 발랄하게 춤추며 노래하던 이 곡을 뱀파이어 영화의 OST 같은 분위기로 완벽하게 편곡했으며, 이소라는 기존 방송 무대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록 창법을 선보이며 자신의 흥행보증수표 대신 화끈한 모험을 강행했다.
결과는 대성공. 이소라는 역대 ‘나가수’ 순위 중 가장 높은 2위를 거머쥐었으며, 방송이 끝난 후 네티즌 사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됐다.
# ‘스케일이 다른’ 임재범
임재범 역시 ‘너를 위해’, ‘고해’ 등 발라드 히트곡으로만 널리 알려진 케이스였다. 관중을 압도하는 허스키 보이스에 심금을 울리는 발라드가 만나면 일정 순위 이상은 보장된 케이스.
그러나 그는 방송 출연 2회만에 로커로 돌아섰다. 더구나 미션곡은 트로트. 남진의 ‘빈잔’을 부른 그는 원곡이 트로트라는 걸 느낄 수 없을 만큼 웅장한 편곡을 거쳐, 대북 등을 동원한 성대한 퍼포먼스로 기존 음악 프로그램에선 절대 소화할 수 없을 스케일을 자랑했다.
MR을 틀어놓고 찍어내듯 똑같은 무대만 보여주던 음악프로그램이 예산 지원과 철저한 기획 아래 얼마나 진화할 수 있는지 확실하게 보여준 사례. 임재범은 발라드보다 더 난해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보다 더 높은 완성도를 위해 모험을 강행했고, 또 성공한 것이다.
# ‘비주얼 가수’ 김범수
김범수는 ‘나가수’를 통한 이미지 변신에 가장 성공한 케이스다. 반듯한 정장 차림에 조용한 노래를 부르는 모습으로 각인돼왔던 김범수는 ‘나가수’에서 춤을 추는가 하면 가죽 조끼로 팔 근육까지 드러내며 ‘비주얼 가수’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이전 방송에서 7위를 한 그는 유영진의 ‘그대의 향기’를 부르며 화려한 애드리브 등 본인의 강점을 한껏 살리는 대신에 징이 박힌 가죽 옷을 입고, 노래가 끝난 후 멋있게 뒤돌아서며 임팩트를 주는 퍼포먼스 등으로 신선함을 추가했다. 발라드곡으로 활동해온 그가 지상파 무대에선 보여줄 기회가 거의 없었던 모습에 관객은 물론이고 동료 가수들의 환호도 잇따랐다.
‘나가수’가 계속되면서, 퍼포머로 진화해가는 김범수의 무대를 보는 것 또한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ri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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