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감독, "성적과 선수부상 바꿀 수 없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5.09 16: 42

"내가 욕을 좀 먹더라도 선수생명은 길게 가져가게 하고 싶다".
지난 6일 대전구장. 한화와 원정경기에서 넥센은 끈질긴 추격으로 패색이 짙던 경기를 두 차례나 동점으로 만드는 저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넥센은 필승카드 송신영을 투입하지 않았다. 그대로 이보근으로 밀어붙이다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8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류현진 상대로 브랜든 나이트를 예정대로 내보냈으나 완패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아쉬움이 남는 상황. 하지만 김시진 감독은 당장 눈앞의 성적보다 선수들의 몸을 먼저 생각했다.
투수코치 시절부터 투수 조련의 대가로 명성을 떨친 김 감독은 "투수를 무리하게 당겨 쓰거나 늦춰 쓰면 위험하다. 하나가 무너지면 도미노처럼 다 무너질 수 있다. 확률은 있어도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무리시키고 싶지 않다. 투수는 특히 예민한 직업이다. 그만큼 보호를 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선발이든 불펜이든 무리하는 것보다 원칙을 지키는 선에서 운용하겠다는 이야기다.

넥센은 투수 쪽에서 끊임없이 선수가 튀어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 확실한 계산이 서지 않는 어린 투수들이 많다. 눈앞에 승리가 아른거리는데 필승카드를 집중투입하거나 에이스 투수를 상대에 맞춰 당기거나 늦춰쓰고 싶은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요즘처럼 기대이상으로 성적이 좋으며 더 치고 올라가고 싶은 마음에서라도 그렇다. 하지만 오랜 지도자 생활을 통해 김 감독이 얻은 건 결국 '선수들의 미래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였다.
김 감독은 "뭐든지 정상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투수를 무리하게 운용해서 성적이 나면 그렇게 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내가 욕을 좀 먹더라도 선수들이 선수생명을 길게 가져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선수가 다치면 그 선수 인생은 누가 책임질건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가지 못하는데 이겨서 무슨 의미가 있나. 성적하고 선수 부상하고는 절대 바꿀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감독이 아니라 진짜 지도자의 마음이었다.
넥센은 올해 기대이상 성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왕조' 현대 시절부터 이어져온 유산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 중심에 바로 김시진 감독이 있다. 당장 눈앞에 있는 1승보다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려가며 결과만큼 과정에 충실하고 있다. 김 감독은 "앞으로도 투수운용은 변칙보다 정상적으로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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