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조성환과 정현욱, 2009년 김상현, 2010년 정원석과 박정진. 최근 몇 년간 프로야구에 등장한 늦깎이 스타들이다. 올해도 그라운드에는 예외없이 늦깎이 스타 돌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그 진원지는 바로 둘풍의 넥센이다.
대표적인 늦깎이 스타는 넥센 마무리투수 송신영(34)이다. 사실 그에게 늦깎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을지 모른다. 스타가 아니었을 뿐 누구나 인정한 리그 정상급 불펜 요원이었기 때문이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통산 487경기에서 43승36패27세이브51홀드 평균자책점 4.26을 기록한 송신영은 올해 손승락의 부상으로 생긴 마무리 빈자를 꿰찼다. 14경기에서 2승9세이브 평균자책점 0.52라는 환상의 성적으로 비로소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섰다. 지난 3일 목동 KIA전에서 개인 통산 500경기 출장 기록을 세운 송신영은 "앞으로도 꾸준함을 보여주는 선수로 600~700경기까지 기록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넥센의 1번타자로 자리매김한 내야수 김민우(32)도 뜨고 있는 늦깎이 스타. 지난 2002년 한양대를 졸업하고 계약금 3억4000만원을 받으며 화려하게 입단한 김민우는 그러나 프로 적응에 애를 먹으며 잊혀진 유망주가 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주전으로 자리잡기 시작하더니 올해 리그 정상을 다투는 선수로 성장했다. 30경기에서 타율 3할4푼5리 2홈런 9타점 6도루. 타격 전체 6위에 랭크돼 있는 김민우는 특히 2루타 10개를 터뜨리며 이 부문 1위에 올라있다. 데뷔 10년만의 봄날. 그는 "이제는 자신있게 한다. 자신감이 붙었다"면서도 "감독님 주문대로 무조건 해야 한다. 무엇을 시키든지 항상 대비할 것"이라며 초심을 잃지 않고 있다.

리그 최고의 대타 요원으로 떠오른 넥센 외야수 오윤(30)도 서른 잔치를 준비 중이다. 올해 21경기에서 타율 3할6푼1리 2홈런 10타점으로 데뷔 후 최고 활약을 하고 있다. 벌써 개인 한 시즌 최다홈런과 첫 두 자릿수 타점을 올렸다. 특히 대타 타율 6할2푼5리에서 나타나듯 남다른 결정력을 과시 중이다. 최근에는 좌투수가 선발로 나올 때마다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며 존재가치를 높여가고 있다. 그는 "그동안 잘한 게 없다. 비시즌 동안 열심히 훈련하면서 준비했다. 나이도 있기 때문에 그냥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었다. 코칭스태프에서 많이 기회를 주시는 만큼 보답하고 싶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공교롭게도 올해 늦깎이 스타는 모두 넥센에서 나오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왕조' 현대 출신들이라는 점이다. 올해 넥센의 돌풍을 바라보는 많은 이들은 "현대 시절 유산이 곳곳에 남아있다"고 입을 모은다. 현대 시절 내로라하는 선수들 사이에서 빛을 보지 못한 그때 그 유산들이 서른줄을 넘긴 뒤에야 찬란하게 빛을 보기 시작했다. 역시 전통은 무시할 수 없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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