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2군으로 내려갔다.
오릭스 버팔로스 이승엽(35)이 지난 9일 2군행 통보를 받았다.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은 "개막부터 상태가 너무 오르지 않는다"라고 이승엽의 2군행을 설명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이승엽은 개막 초부터 극악의 부진을 보였다. 21경기에서 62타수 9안타 타율 1할4푼5리 1홈런 5타점에 그쳤다. 볼넷은 7개였고 삼진은 27개나 당했다. 개막 한 달간 기회가 충분히 주어졌지만 살리지 못했다. 변명이 필요없는 2군행.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이승엽은 올해 삼진이 많다. 70타석에서 27삼진으로 삼진율이 무려 38.6%나 된다. 거포에게 삼진은 숙명이다. 그러나 이승엽은 홈런이나 장타가 많은 것도 아니었다. 홈런 1개와 2루타 3개를 기록한 것이 전부. 이렇다 할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타석에서 삼진으로 무기력하게 물러나기를 반복했다. 이승엽 경기를 중계하는 이광권 SBS 해설위원은 "(이)승엽이의 스윙이 많이 처져있더라. 스윙만큼이나 승엽이가 많이 처져있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올해 이승엽이 당한 삼진 27개를 보면 의외로 직구에 당한 것이 많다. 마지막 삼진을 당할때 상대한 결정구가 직구(10개)·포크볼(8개)·슬라이더(6개)·체인지업(2개)·커브(1개) 순이었다. 또한 좌투수(8개)보다 우투수(19개)에게 당한 게 훨씬 많았다. '좌투수의 포크볼에 당한다'는 편견과 선입견에 어긋난 결과이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안타깝다. 이제는 굳이 좌투수가 아니라도, 포크볼이 아니라도 이승엽을 잡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한화 한대화 감독은 "바깥쪽을 아예 치지를 못하더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승엽은 삼진 27개 중 15개를 바깥쪽 공에 대응하지 못해서 당한 것이었다. 몸쪽을 워낙 의식하다 보니 스윙이 빨라졌고, 그러다 보니 오히려 바깥쪽 코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곧 임팩트시 닫아두어야 할 오른쪽 어깨가 일찍 열린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어깨가 닫히지 않고 일찍 열리면 전체적인 타격 밸런스 자체가 완전히 무너지게 마련이다.
SK 김성근 감독은 "좌중간으로 타구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좌중간으로 타구가 간다는 건 어깨가 열리지 않는 것이다. 그런타구가 많지 않다는 건 (이)승엽이의 어깨가 조금 일찍 열린다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맞는 말이다. 올해 이승엽이 친 9개의 안타 중에서 좌측으로 완벽하게 밀어친 건 1개밖에 없다. 양준혁 SBS 해설위원도 "중심을 뒷쪽에 오래 두지 못하면서 볼을 보는 시간이 짧아졌고 타격 타이밍을 제대로 가져가지 못하고 있다"고 동조했다.
자연스럽게 타격 밸런스 자체가 흔들렸다. 2군으로 내려가기 전 대타로 나온 두 타석에서는 그대로 서서 삼진을 당했다. 볼카운트 싸움을 불리하게 가져갔고 바깥쪽 직구을 멀뚱 바라보다 물러났다. 특히 낮은 공에는 완전하게 당했다. 27개 삼진 중 13개가 낮은 코스에 대한 대처 실패였다. 이광권 해설위원은 "스윙 자체가 완전히 무너져있다. 치기 어려운 공에도 방망이가 쉽게 나간다. 원바운드로 들어오는 낮은 공에도 헛스윙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올해 이승엽은 부활을 꿈꿨다. 지난 3년간 요미우리 2군에서 보냈던 설움을 씻고자 오릭스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일본프로야구를 통틀어 가장 타력이 약한 오릭스에서도 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총체적인 타격 밸런스 붕괴로 쫓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런 그에게 2군행은 기분전환과 반전계기의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의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뭔가 확실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 한 야구인은 "지금 이대로라면 올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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