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 요즘 LG 타선은 작년 롯데 보는 것 같다니까".
한화 한대화 감독은 시즌 전부터 "LG 타선이 정말 강하다"고 거듭 이야기했다. 시즌 뚜껑을 열어 보니 LG 타선은 가공할 만한 파괴력을 자랑하고 있다. 막강 화력을 앞세운 LG는 17승13패 승률 5할6푼7리로 1위 SK(20승8패)에 4.0경기차로 뒤진 2위에 랭크돼 있다. 지금과 같은 타율과 득점력이 유지된다면 LG가 내려갈 일은 없다. 지난해 롯데도 파괴력 넘치는 타선의 힘으로 4위를 차지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한 감독은 "요즘 LG 타선은 작년 롯데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롯데는 역대급으로 꼽히는 타격의 팀이었다. 과연 올해 LG 타선은 지난해 롯데 타선을 능가할 수 있을까.
▲ 득점

지난해 롯데는 경기당 평균 5.81득점을 올렸다. 역대를 통틀어 2000년 현대와 2002년 삼성이 기록한 5.84득점에 이어 역대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아직 30경기밖에 치르지 않은 시즌 초반이지만 올해 LG의 득점력도 놀랍다. 30경기에서 총 167득점을 올리며 5.57점을 기록 중이다. 올해 리그 전체 1위이자 역대로 범위를 넓혀도 11위에 해당하는 고득점이다. 지난해 30경기를 소화했을 때 롯데는 경기당 평균 5.13득점을 올렸다. 올해 LG보다 떨어지는 수치. 방망이는 여름이 될수록 더 크게 폭발하는 법이다. 지난해 롯데 타선이 가장 뜨거웠던 시기가 바로 8월이었다. 지난해 8월 롯데는 경기당 평균 6.23점을 올렸다. LG 타선은 지금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 타율
지난해 롯데는 팀 타율 2할8푼8리를 기록했다. 역대 6위에 해당하는 고타율이자 2000년대 최고 팀 타율이었다. 개인 타격순위에서도 롯데의 강세가 고스란히 나타났다. 이대호(0.364)-홍성흔(0.350)-조성환(0.336) 등 타격 1~3위를 롯데 타자들이 휩슬었다. 3할 타자만 손아섭(0.306)·강민호(0.305)까지 더해 5명이었다. 규정타석에 18타석 모자란 전준우도 2할8푼9리를 쳤다. 상하위 타순 가릴 것 없이 강타자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올해 LG도 시즌 초반이지만 타격 1위 이병규(0.382) 2위 박용택(0.373)을 필두로 조인성(0.340)·정성훈(0.313)까지 3할 타자만 4명이다. 3할 타율을 보장하는 이진영(0.266)·이택근(0.288)도 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 롯데보다 많은 3할 타자가 나와도 이상할 게 없는 것이 올해 LG 라인업이다.

▲ 홈런
지난해 롯데는 한마디로 홈런이었다. 185개로 역대 7번째로 많은 팀 홈런을 기록했다. '홈런왕' 이대호(44개)를 비롯해 카림 가르시아(26개)·홍성흔(26개)·강민호(23개)까지 20홈런 타자가 4명이었고, 20홈런에 딱 1개가 모자랐던 전준우(19개)도 있었다. 그래서 롯데는 팀 장타율에서 독보적인 1위(0.461)를 차지했다. 올해 LG도 시즌 초반 팀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다. 30경기에서 27홈런. 홈런 개인순위에서도 7개씩 친 박용택과 조인성이 공동 1위 자리를 공유하고 있다. 133경기로 환산할 경우 LG의 팀 홈런은 119.7개로 120개 가량 된다. 지난해 롯데에 비교할 때 크게 떨어지는 수치. 하지만 올해는 타고투저 시즌이 아니며 잠실구장의 이동식 펜스 'X존'도 철거됐다. 무엇보다 LG가 팀 홈런 1위에 올랐다는 게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LG는 창단 후 한 번도 팀 홈런 1위를 차지한 적이 없다.
▲ 도루
올해 LG가 지난해 롯데보다 확실한 우위를 보이는 부분이 하나 있다. 바로 도루다. 지난해 롯데는 팀 도루가 124개로 이 부문 6위에 그쳤다. 사실 도루를 할 필요가 없었다. 툭하면 홈런을 치고 2루타 이상 장타를 치니 도루할 기회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LG는 상황이 다르다. 일단 지난해는 역대를 통틀어 손에 꼽힐 만한 타고투저 시즌이었다. 리그 타율(0.270) 4위, 경기당 평균 득점(10.12점) 5위, 홈런 7위(990개)에서 나타나듯 타자들의 힘이 거셌다. 하지만 올해는 투수들이 득세하고 있다. 리그 평균자책점이 지난해 4.58에서 올해 4.11로 내려갔다. 그런 가운데 LG는 도루로 득점루트를 개척하고 있다. 올해 팀 도루 39개로 이 부문 1위. 133경기로 환산할 경우 172.9개로 173개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역대 7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대형(14개)·박용택(8개)·박경수(4개)·이택근(3개) 등 달릴 수 있는 선수들이 많다.
▲ 치고 달린다
쌍둥이 군단 주장 박용택은 올해 LG를 그대로 나타낸다. 홈런 7개와 도루 8개로 각각 1위·4위에 랭크돼 있다. 한마디로 치고 달리는 야구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LG는 팀 홈런과 도루에서 모두 1위에 올라있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팀 홈런-도루 모두 1위에 오른 건 5차례 있었다. 모두 해태가 기록했는데 그마저도 1991년을 마지막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현대 야구에서 홈런과 도루를 양립하기란 쉽지 않다. 그만큼 야구는 세분화됐고, 전문성을 요구한다. 그런데 올해 LG는 이것마저도 아우르고 있는 타선을 자랑하고 있다. 그야말로 치고 달리기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과연 올해 LG의 타선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흥미롭다. LG 타선이 지금처럼 계속 날아오른다면 순위표 아래로 내려갈 일은 없을 것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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