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6년 11월부터 25년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를 이끌고 있는 알렉스 퍼거슨(70) 감독. 어느덧 그는 맨유의 역사이지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그와 달리 라이벌 팀 감독들의 자리는 늘 위태롭기만 하다.
맨유는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퍼드서 열린 첼시와 '2010-201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 홈 경기서 2-1로 승리를 거두며 리그 우승이 매우 유력해졌다. 맨유는 첼시와 승점을 6점으로 벌려 남은 2경기서 승점 1만 추가하면 통산 19번째 정상에 오른다.
리그 우승이 유력해지며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 맨유와 달리 첼시는 초상집과 같은 분위기다. 첼시는 최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도 맨유에 패해 탈락했다.

이대로라면 무관에 그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영국 언론들이 첼시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교체될 것이라고 보도하며 주시하고 있다. 벌써 2009년 첼시를 잠시 맡아 FA컵 우승을 이끈 거스 히딩크 현 터키 대표팀 감독 등이 후임자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안첼로티 감독은 팀을 맡은 지 불과 2시즌째. 경질설이 나올 만큼 최악의 모습을 보인 것도 아니다. 지난 시즌에는 첼시를 우승으로 이끌었고 이번 시즌에도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조차 힘들어 보이던 팀을 어느덧 리그 2위까지 이끌었다. 그렇지만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를 만족시키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다.
안첼로티 감독의 경질설이 탄력을 받고 있는 이유는 첼시의 행보 때문이다. 첼시는 전에도 팀을 무리없이 이끌던 조세 무리뉴 감독을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경질하기도 했다. 사실상 무리뉴 감독이 첼시를 유럽 최고 구단으로 만든 주역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런 모습은 맨유와 심하게 비교된다. 퍼거슨 감독은 1986년부터 맨유를 이끌며 맨유의 역사와 함께 하고 있다. 위기도 많았지만 경질설은 나오지 않았다. 경질설보다 오히려 고연령으로 인한 은퇴설이 나올 정도.
그만큼 퍼거슨 감독에 대한 맨유의 신뢰도는 매우 높다. 그 신뢰를 바탕으로 퍼거슨 감독은 여러 도전을 할 수 있었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만이 아닌, 위기 상황을 헤쳐나갈 해법 등 여러 가지의 것들을 시도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것들이 맨유를 꾸준하게 리그 선두권에 머물게 했다.
리버풀만 봐도 그렇다.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이 사퇴한 뒤 부임한 로이 호지슨 감독은 시즌 초 부진한 성적으로 쉬지 않고 경질설에 시달렸다. 호지슨 감독은 자신의 축구를 펼치지 못했고, 임기응변식으로 경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성적은 계속 나오지 않았고 결국 경질 당했다.
반면 호지슨 감독에 이어 부임한 케니 달글리시 감독 대행은 여유가 있었다. 정식 감독이 아닌 만큼 부담감이 없었다. 부임 이후 한 동안 승리가 없었지만 자신의 축구를 고집했다. 결국 리버풀은 달글리시 감독 대행의 지도 하에 안정을 되찾았고, 어느새 리그 5위까지 올라와 4위 맨체스터 시티를 승점 4점차로 추격,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눈 앞에 두게 됐다.
이렇듯 맨유와 라이벌 팀들의 차이는 감독에 대한 신뢰에 있다. 그 차이점이 퍼거슨 감독의 장기 집권과 라이벌 팀 감독들의 단명을 만든 것이다. 감독이 자신의 축구를 펼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sports_narcoti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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