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세스 그레이싱어(전 KIA, 야쿠르트-요미우리)의 체인지업과 흡사한 신무기. 첫 선발 등판을 통해 직구만 던지는 투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이용찬(22. 두산 베어스)이 두 번째 선발 등판서 또다른 가능성을 비출 것인가.
2007년 두산에 1차 우선 지명으로 입단한 이용찬은 2009시즌 26세이브를 올리며 구원왕-신인왕 타이틀을 동시 석권했다. 지난해에는 음주 사고 이전까지 25세이브를 올리며 팀의 뒷문을 지켰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롱릴리프에 이어 선발로 다른 보직에서 제 기회를 찾는다.

올 시즌 6경기 1패 평균자책점 3.86(10일 현재)을 기록 중인 이용찬은 지난 5일 잠실 LG전서 데뷔 첫 선발등판 기회를 가진 바 있다. 기록은 4⅓이닝 7피안타 3실점으로 좋지 않았지만 투구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1회 흔들리며 2실점한 이용찬은 2~4회 직구 일변도에서 벗어나 슬라이더-체인지업-커브를 섞어던지며 LG 강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5회 구위가 떨어지며 연타를 맞기는 했지만 탈삼진 5개를 변화구 위주 투구로 기록했다는 점은 가능성을 높였다.
데뷔 첫 선발 등판을 마친 후 한없이 아쉬워하던 이용찬은 "박용택 선배한테 맞은 안타를 제외하면 모두 직구를 공략당한 것이다. 상대가 읽고 나왔더라"라며 아쉬워했다. 그 와중에서도 이용찬은 자신이 가진 모든 변화구 옵션을 던졌다는 데 의의를 두었다.
"떨어지는 공은 서클 체인지업이 아니라 변형 체인지업이었어요". 이야기와 함께 이용찬은 체인지업 그립을 보여줬다. 엄지와 검지를 붙이고 세 손가락을 공에 붙이는 서클 체인지업 그립과 달리 이용찬의 체인지업은 검지와 중지를 크게 벌려 실밥에 맞닿은 상태에서 던지는 구종이었다.
이는 2005~2006년 KIA서 활약한 동시에 '재팬 드림'까지 성공한 그레이싱어의 체인지업과 유사하다. 2005시즌 중반 다니엘 리오스를 대신해 KIA 대체 외국인 투수로 입단한 그레이싱어는 1년 반 동안 20승 18패 평균자책점 3.28로 안정된 활약을 펼쳤다. 올 시즌은 부진하지만 2008년 요미우리 소속으로 17승을 올리는 등 낙폭이 큰 체인지업으로 재미를 보았다.
공 회전력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서클 체인지업과 유사하지만 공을 놓는 시점에서 손을 트는 각도가 미묘하게 다른 만큼 궤적도 다르다. 서클 체인지업이 타자 시점에서 시계 방향으로 떨어지는 반면 이용찬의 체인지업은 좀 더 수직에 가까운 낙폭을 보여준다. 일단 유인구로서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이 변화구가 그저 보여주는 공이 되느냐 아니면 확실하게 스트라이크를 잡는 결정구가 될 수 있는지 여부다. 2년 간 마무리로 뛰며 직구 일변도의 모습을 보였던 이용찬인 만큼 첫 선발서 변화구로 LG 타자들을 속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두 번째 등판서도 이것이 실현될 것이라는 것은 장담할 수 없다.
"직구 구위도 조금 더 올라왔으면 좋겠는데"라며 더 많은 야구 욕심을 보여주고 있는 이용찬. 선발로서 일말의 가능성만을 비췄던 이용찬이 이번에는 자신이 원하는 선발 첫 승의 기회를 스스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위기 상황에 놓인 팀은 그의 오른 어깨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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