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V는 도로 못 달린다?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1.05.11 19: 54

스파이더맨 피해 소송 등
대중문화로 풀어 본 법률
데스노트에 이름을 쓰면 살인죄일까 
김지룡 외|352쪽|애플북스
[이브닝신문/OSEN=오현주 기자] 한 남자가 길을 걷다 노트 한 권을 줍는다. 사람의 이름을 적으면 반드시 그가 죽는다는 ‘데스노트’다. 서랍에 던져놨던 그 노트가 어느 날 눈에 들어온 이 남자는 전화번호부로 쓰기로 한다. 노트에 친구들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차례로 정리한 그는 어처구니없게도 친구들이 모두 죽어버리는 일을 경험한다. 그는 연쇄살인을 한 것인가. 
이런 경우는 어떤가. 악당을 물리치는 일에 여념이 없는 스파이더맨이 소송위기에 처했다. 스파이더맨의 오지랖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는 사람들이 아우성이다. “거미줄로 가게 간판을 당기는 바람에 새로 달게 생겼습니다. 합의하면 얼마쯤 받을 수 있을까요?” “욕실에서 샤워를 하는데 스파이더맨이 지나가다 본 것 같아요. 정말 충격입니다. 비슷한 경험이 있는 여성분 많다던데 집단으로 소송 들어가시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손사래부터 치는 법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대중문화 스토리를 끌어들였다. ‘공각기동대’ ‘포켓몬스터’ ‘트랜스포머’ ‘삼국지’ 등 소설과 만화, 영화와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사건들을 토대로 형법, 민법, 헌법의 판결기준을 흥미롭게 정리했다. 위기상황에 출동한 로봇 태권V가 도로를 달리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겠는가. 또 해리 포터는 빗자루를 타고 과연 어느 정도 높이까지 날 수 있는가.
법적인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지구를 지키는 태권V라고 해도 도로를 달릴 수는 없다고 말한다. 왜냐면 태권V는 자동차에 속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도로교통법상 광자력 엔진으로 움직이는 원동기로 분류된다. 또 제 아무리 해리 포터라고 해도 정부의 허가 없이는 지상에서 152.4미터까지만 비행할 수 있다. 참고로 서울 여의도 63빌딩은 249미터다.
그렇다면 일본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동산인가 부동산인가. 외관은 유럽의 성처럼 생겼지만 하울의 성은 다리가 달려서 스스로 이동을 한다. 따라서 대형 크레인 같은 건설장비로 볼 수 있다. 성이든 중장비든 등기를 해야 한다는 점은 같다. 다만 세금은 차이가 난다. 중장비로 볼 경우 성보다 세금이 적다.
데스노트로 돌아가 보자. 여기엔 ‘죽이겠다’와 ‘죽으면 어때’의 확정적 고의와 미필적 고의가 작용한다. 데스노트인 줄 모르고 이름을 쓴 것은 죄가 없다. 하지만 데스노트일지도 모르는데 ‘데스노트면 어때’라고 남의 이름을 썼다면 미필적 고의지만, 고의성이 있어 살인죄에 해당한다. 형법에선 ‘죽이겠다’와 ‘죽으면 어때’ 모두를 무거운 범죄로 생각한다.
스파이더맨은 악당을 물리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정당방위’와 ‘긴급재난’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과정에서 피해를 받은 사람들은 보상받을 길이 없는가. 아니다. 보험에 들어 있다면 가능하다. 손해에 비해선 미미하겠지만 나라에서 보상을 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보험을 받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스파이더맨과 악당이 싸우는 것을 구경하러 갔다가 사고를 당한 경우다. 혹시라도 현실에서 그런 경우가 벌어진다면 무조건 현장에서 멀리 떨어지는 것이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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