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관람 하면서 가슴속에 있는 스트레스 다 풀고 갑니다".
지난 2007년 12월 서해안 태안반도에서 유조선 허베이스피릿호와 삼성 중공업의 해상 크레인이 충돌해 원유 1만2547㎘가 유출됐다. 종전까지 한국 해상에서 일어난 기름 유출 사고 가운데 최대 규모인 시프린스호 사건보다 2.5배나 많은 최악의 해상 사고였다.
이 사고로 바다를 터전 삼아 살던 충남 서산시 지곡면 도성리 우도 주민들도 깊은 시름에 빠지며 마음 고생을 했다.

그러나 사고 직후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자매결연을 통해 2008년부터 잠실구장 또는 문학구장 야구장 관람을 통해 가슴 속에 맺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
우도 주민 80여명은 11일 잠실구장을 찾아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전을 관전했다.
"어렸을 때 꿈이 야구 기자였다"고 말한 심현택(53) 부면장은 "기름 유출 사고 직후 KBO를 비롯해 국민들께서 물심양면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면서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지금은 우도 앞 바다도 많이 회복 됐다"며 국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부터 올렸다.

그러면서 그는 "KBO의 초청 덕분에 2008년 문학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 2009년 골든글러브와 한국시리즈까지 관전했다. 올해도 주민들과 함께 야구장에 와서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심 부면장은 인터뷰 도중 4회초 한화 한상훈이 친 파울볼을 잡아 야구 중계 TV에도 나가면서 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기도 했다.
특히 두산을 좋아해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5차전 때 아들과 함께 잠실을 찾은 그는 "김현수, 김동주, 이종욱 모두 좋아한다. 올해는 두산이 꼭 우승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최근묵(73) 이장 역시 기름 유출 사고로 어족 자원이 많이 줄어 고민이 많다. 그는 "유화제를 많이 뿌려서 그런지 고기도 많이 없다. 그래서 경제적인 사정은 그 전보다 안 좋다"면서도 "그나마 야구 덕분에 스트레스가 풀린다"며 밝은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그는 "KBO와 자매결연 행사를 하기 전에는 마을 주민들 가운데 야구를 보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부녀자들이 더 좋아한다"며 "KBO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KBOP 류대환 이사는 "기름 유출 사고로 고생하신 우도 주민들의 마음을 이런 시간을 통해 기분 전환도 시켜드리자는 차원이다"면서 "주민들이 많이 좋아하셔서 KBO 역시 기분이 좋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 나갈 뜻을 내비쳤다.
agassi@osen.co.kr
<사진>잠실=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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