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나이퍼가 제대로 된 저격 능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그의 영입은 한화에게 신의 한 수가 되고 있다.
한화 장성호(34)는 지난 11일 잠실 LG전에서 원샷원킬로 경기를 끝냈다. 0-1로 뒤진 9회 1사 2루에서 완봉승을 노리던 LG 선발 레다메스 리즈의 4구째 가운데 높게 들어온 134km 포크볼을 놓치지 않고 받아쳤다. 장성호의 날카로운 스윙에 걸린 타구는 잠실구장 오른쪽 담장을 완만한 곡선을 그리면서 넘어갔다. 장성호 특유의 스나이핑으로 역전 투런 홈런을 터뜨리며 팀의 2-1 역전승과 시즌 10승째를 동시에 이끌었다. 이날 경기뿐만 아니라 장성호의 팀 공헌도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한화의 장성호 영입이 신의 한수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 장성호 효과

장성호가 확실하게 부활했다. 지난달 24일 대전 두산전부터 1군 엔트리에 등록된 장성호는 복귀 후 15경기에서 54타수 16안타 타율 2할9푼6리 3홈런 8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3할에 근접한 타율에 볼넷 12개를 얻어 출루율은 4할2푼4리에 달한다. 복귀 후 15경기 연속 출루 행진을 이어갈 정도로 꾸준하다. 특히 5월 이후에만 9경기에서 홈런 3개를 터뜨리며 중심타선의 무게를 더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덩달아 장성호 뒤에 나오는 4번타자 최진행도 5월 이후 10경기에서 무려 6개의 홈런을 가동하며 동반 상승하는 모습이다.
장성호 복귀 전과 후를 비교하면 그 효과가 확실히 나타난다. 장성호 합류 전 한화는 17경기에서 팀 타율(0.218)·출루율(0.291)·장타율(0.322) 모두 리그 최하위였다. 경기당 평균 득점도 3.29점으로 맨밑이었다. 하지만 장성호 합류 후 15경기에서 팀타율(0.227)은 8위이지만 출루율(0.338)·장타율(0.351)은 각각 7위·6위로 뛰어올랐다. 특히 이 기간 동안 경기당 평균 득점이 3.67점으로 전체 5위로 상승했다. 4번타자 최진행도 장성호 합류 전 17경기에서 타율 2할3푼6리 2홈런 10타점에 그쳤지만, 합류 후 15경기에서 타율 2할6푼5리 7홈런 15타점으로 살아났다.
한대화 감독은 "역시 장성호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크다. 아무래도 있을 때가 없을 때보다 훨씬 낫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보다도 장성호의 찬스를 살리는 능력을 높이 샀다. 장성호는 득점권에서 13타수 6안타 2홈런 7타점 5볼넷을 기록했다. 삼진은 하나밖에 없고 병살은 하나도 없다. 득점권 타율이 무려 4할6푼2리에 달한다. 놀라운 클러치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중요한 순간 노림수를 갖고 공략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11일 LG전 역전 투런포에 대해서도 장성호는 "앞선 타석에서 2번이나 변화구에 당해서 포크볼 하나만 보고 들어간 게 맞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베테랑의 노련미인 것이다.
▲ 트레이드 성공
장성호의 활약을 누구보다 뿌듯하게 바라보는 이가 있으니 바로 한대화 감독이다. 지난해 한화에 부임한 뒤부터 한 감독은 줄곧 장성호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팀의 중심을 잡아줄만한 기둥 선수가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여기에 김태완 등 주축 선수들 군입대가 예정된 상황이라 장성호가 더 절실했다. 한 때 장성호의 두산 이적이 확정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에는 "가슴이 꽉 막혔다"는 말로 답답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결국 지난해 6월8일 한화는 안영명·박성호·김다원 등 젊은 선수들을 KIA에 내주고 장성호와 김경언·이동현을 데려왔다.

그러나 지난해 장성호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적후 74경기에서 타율 2할4푼5리 4홈런 29타점에 그쳤다. 특유의 정확성은 사라졌고 존재감마저도 미미해졌다. 시즌 종료 후에는 오른쪽 어깨 수술까지 받았다. 30대 중반이 다 된 베테랑 선수의 수술은 누가 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었다. 하지만 한 감독은 장성호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고 장성호도 자존심 회복을 위해 몸만들기에 열중했다. 재활 중 만났던 장성호는 "한대화 감독님과 한화는 내게 은인이다. 감독님과 팀을 위해서라도 잘해야 한다. 죄송한 마음을 야구로 갚겠다"며 이를 악물고 재활훈련에 매진했다.
장성호는 복귀 후 보란듯 예의 명성을 되찾았다. 9년 연속 3할 타율을 쳤던 타자답게 정확한 타격은 물론 찬스를 놓치지 않는 집중력으로 타선의 기둥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장성호는 "완벽한 몸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그 다음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었다. 지난해 마음고생이 어느 때보다 심했지만 모든 것을 회복하고 있는 중이다. 그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던 팬들도 이제는 그에게 뜨거운 환호를 보내고 있다. 야구는 결국 실력으로 말한다는 것 그리고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것. 두 가지 진리를 장성호는 한 번에 입증하고 있다.
▲ 향후 몇년은 문제없다
선동렬 전 삼성 감독은 장성호에 대해서 '썩어도 준치'라는 표현을 썼다. 한화 한대화 감독은 이 표현에 대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장성호가 벌써 썩어도 준치라는 소리를 들을 나이는 아니다. 그런 소리를 듣기에는 아직 그렇게 나이가 많지 않다. 앞으로 몇 년은 더해줄 수 있다"는 것이 한 감독의 설명이었다. 장성호는 올해로 만 34세다. 하지만 양준혁처럼 만 41세까지 뛴 타자도 있다. 양준혁은 "요즘 (장)성호가 잘해 나도 기분이 좋다. 성호 같은 선수가 오랫동안 야구를 잘해서 후배들에게 귀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감독도 "타선이 좋으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찬스를 자주 만들어주면 좋을텐데"라고 말할 정도다.
장성호는 "고참으로서 나이를 떠나 일단 야구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야지 후배들이 그걸 보고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엇보다 야구를 잘하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결국 프로라는 세계는 성적이 나야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이다. 고참 역할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실력을 보이는 것이 먼저라는 이야기. 이어 그는 "아직 100% 몸 상태는 아니지만 팀의 중고참으로서 해야할 일이 있다. 선배들을 잘 모시고 후배들을 잘 이끌어서 좋은 성적을 내도록 하겠다. 지금은 성적이 처져있지만 차츰차츰 좋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저격 능력을 완벽하게 회복한 장성호. 그가 이제는 진짜 한화맨으로 독수리 군단에 등불을 밝히고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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