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없는 한화 마운드를 상상할 수 없듯이 박정진 없는 한화 불펜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한화 투수조 최고참 박정진(35)이 빛나는 피칭으로 역전승의 밑거름이 됐다. 박정진은 지난 11일 잠실 LG전에서 6회부터 선발 양훈에 이어 구원등판해 올 시즌 가장 많은 3이닝과 54개 공을 뿌리며 1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박정진의 역투로 1점차를 유지한 한화는 9회 장성호의 극적인 역전 투런 홈런으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스포트라이트는 장성호에게 집중됐지만 박정진의 숨은 공로를 빼놓을 수 없는 역전승이었다. 이날 승리로 박정진은 시즌 2승(1패)째를 거뒀다.
집중력을 갖지 않으면 할 수 없는 피칭이었다. 0-1로 뒤지고 있는 6회부터 한대화 감독은 박정진을 마운드에 올렸다. 최근 필승조의 투입시기를 제대로 잡지 못했지만 이날은 1점차 승부였기 때문에 박정진을 조기에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기대대로 박정진은 10타자를 상대로 안타 하나를 맞았을 뿐 완벽에 가까운 피칭으로 LG 강타선을 잠재웠다. 볼넷은 단 하나도 없었고 탈삼진만 4개나 곁들인 위력투였다.

6회 이병규-조인성-정성훈을 각각 1루 땅볼과 1루 파울 플라이 그리고 중견수 뜬공으로 요리한 박정진은 7회에는 윤진호-박경수-이대형을 차례로 삼진 처리하는 위력을 떨쳤다. 떨어지는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에 LG 타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8회에도 첫 타자 이진영을 완벽한 베이스커버로 1루 땅볼 처리했고, 이택근에게 2루타를 맞았으나 박용택을 슬라이더로 삼진 처리한 뒤 이병규의 투수 정면 타구를 글러브로 걷어내 투수 땅볼로 요리했다. 투구뿐만 아니라 투구 후 수비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은 완벽함이었다.
지난해 박정진은 중간-마무리로 56경기에서 2승4패10세이브6홀드 평균자책점 3.06이라는 데뷔 후 최고의 성적을 냈다. 올해도 중간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시즌 초반에는 좋은 피칭을 하고도 구원등판한 투수들이 승계 주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이며 평균자책점이 높아졌다. 올해 박정진이 기록한 6실점 중 5실점이 승계 주자로 보낸 주자들이 홈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하지만 박정진은 "그런 건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럴 수록 후배들이 기죽지 않도록 다독인다"며 투수조장다운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4월 말부터는 그런 약점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전부터 6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벌이고 있다. 1승1홀드 평균자책점 제로. 6⅔이닝 동안 안타는 3개밖에 맞지 않았고 탈삼진만 8개나 잡아냈다. 높은 타점에서 내리 꽂는 릴리스 포인트로 인해 타자들이 느끼는 체감속도는 더 빠르다. LG전에서도 박정진은 최고 146km 힘있는 직구를 뿌렸다. 높은 타점에서 나오는 특유의 각도 큰 슬라이더도 날카로웠다. 여기에 지난 겨울 후배 류현진에게 물어보며 연습해 자기 것으로 만든 체인지업도 조금씩 효과를 보고 있다.
한대화 감독은 "박정진이 지난해 많이 던졌다"며 올해 그를 아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한화 불펜에서 확실하게 믿고 맡길 만한 투수는 박정진밖에 없다. 박정진은 "중간에서도 박빙의 승부가 많다. 언제든 준비하고 있다"며 의욕을 불사르고 있다. 나이를 잊은 듯한 쌩쌩한 피칭. 투수 최고참임에도 불구하고, 이팔청춘의 얼굴과 어깨를 자랑하는 박정진이 있어 한화 불펜에도 서광이 비치고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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