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스키에게 고맙다고 해야 하나".
전화위복이다. 양승호(51) 롯데 감독이 농담을 통해 고원준(21)의 선발 전환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고원준은 10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동안 6피안타 1볼넷 5탈삼진으로 2실점해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했다. 지난 4일 삼성전에서 5이닝 3실점하며 시즌 첫 승을 올린 만큼 고원준의 선발 전환은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양 감독은 "고원준을 선발로 바꾼 것은 사도스키 때문이다. 사도스키에게 고맙다고 해야 하나"라며 농담을 하며 웃었다. 고원준의 선발 전환이 외국인 투수 사도스키(29)의 부상 공백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었다.
2년차 투수 사도스키는 지난 시즌 10승(8패)에 평균자책점 3.87의 성적을 거둬 재계약에 성공했다. 그러나 올 시즌 개막 직전 옆구리 통증으로 재활에 매달렸다. 그 사이 대신 투입된 이재곤은 사도스키의 공백을 메우기에 역부족이었다. 한 번도 5이닝을 넘기지 못했고 두 번이나 2회 도중 강판됐다. 5경기(선발 4경기)에서 3패 10.38의 평균자책점이라는 형편 없는 성적을 냈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코리는 6이닝 이상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어 고원준과 자리를 맞바꿨다. 선발진이 계속 부진하면서 마무리 투수의 존재가 무의미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난 3일부터 코리가 등판한 5경기에서 팀은 모두 승리를 거뒀다. 블론세이브가 있지만 1승 1홀드 2세이브로 나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사도스키는 지난달 30일 광주 KIA전이 돼서야 복귀했다. 3이닝 동안 2피안타 1볼넷으로 무실점했고 지난 5일 삼성전에서는 6이닝 2피안타 1볼넷 2탈삼진으로 1실점했다. 비록 팀 타선의 침묵 속에 패전을 떠안았으나 퀄리티스타트로 안정된 기량을 선보였다.

거꾸로 사도스키가 정상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돌았다면 굳이 고원준을 선발로 전환시킬 필요가 없었다는 뜻이었다.
양 감독은 "팀으로 볼 때 마무리는 외국인 투수보다는 토종 투수를 쓰는 것이 좋다. 외국인 투수는 매년 계약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속성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원준은 사실 삼성전에 내보냈지만 성공률을 반반으로 봤다. 수비를 떠나서 5회까지만 가주길 바랐다"면서 "투수 교체 시기는 투수들의 볼끝을 보고 판단하는데 마지막까지 살아 있더라"면서 칭찬을 하기도 했다.
특히 양 감독은 "고원준을 한달만에 선발로 바꾼 것은 대책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여러 회사를 거느린 사업가가 연쇄부도를 맞는 것은 하나를 살리려다가 잘못되는 것"이라고 경영에 빗대 설명했다.
또 "잘못된 것은 인정하고 바꿔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감독 입장에서야 좀더 극대화한다는 측면에서 포지션을 변경 등을 그려봤다"면서 "하지만 아무리 좋은 그림이라도 팔리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말해 앞으로도 소신 속에서 겸허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수많은 변수와 시행착오를 빠른 결단력으로 넘어가고 있는 양 감독이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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