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규 빨랫줄 홈송구의 3가지 의미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5.13 07: 10

'적토마'이병규(37, LG 트윈스)가 또 해냈다. 이번에는 홈런이 아닌 빨랫줄 홈송구로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LG에 왜 그가 필요한지 여실히 보여준 경기였다.
이병규는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전에서 팀이 1-0으로 살얼음 리드를 하던 9회초 2사 1,2루에서 이양기의 좌전 안타를 잡아 빨랫줄 송구로 포수 조인성에게 뿌려 3루를 돌아 홈으로 뛰던 대주자 전현태를 잡아내며 승리를 지켜냈다.
이병규는 이날 5번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해 3타수 1안타를 기록하며 9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더불어 수비에서 9회뿐 아니라 5회초에도 최진행을 2루에서 잡아내며 어시스트를 2개나 기록했다.

그러나 가장 임팩트있는 순간은 9회 홈 송구였다. 무엇보다 이병규의 송구 하나에는 최소 3가지의 의미가 있었다.
▲팀 승리를 지켜냈다
LG는 12일 경기 전 훈련 분위기가 조금 다운돼 있었다. 전날 LG는 한화를 상대로 8회까지 1-0으로 앞서다 9회초 선발 레다메스 리즈가 장성호에게 역전 투런 홈런을 맞고 가슴 아픈 패배를 당했다.
이날도 LG는 8회까지 1-0으로 앞선 상태로 시작했다. 스코어 뿐 아니라 에이스급 투수가 아니었음에도 팽팽한 투수전으로 흘러갔다는 점, 더불어 LG의 자랑인 다이너마이트 타선이 3안타로 침묵해 전날과 거의 비슷한 기운이었다. LG로서는 불길하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이었다.
이윽고 마무리 김광수가 선두타자에게 안타를 맞고 또 다시 동점 적시타를 맞을 뻔 한 위기였으나 이병규의 호송구 덕분에 웃을 수 있었다. 만약 동점을 허용했다면 경기 흐름상 LG는 역전패를 당할 확률이 높았다. 이틀 연속 9회에서 역전패를 당했다면 상승세를 타고 있던 LG에게도 큰 타격이 될 뻔했다. 팀을 살린 송구였다.
▲'에이스'봉중근의 첫 승을 안겼다
LG는 이날 선수들 사이에서 꼭 승리를 하자는 무언의 다짐이 있었다. '에이스'봉중근(31)이 시범경기 막판 왼쪽 팔꿈치 굴곡근 부상을 극복하고 지난주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봉중근은 시즌 두 번째 선발 등판에서 6⅓이닝 동안 88개의 공을 던지며 1피안타(탈삼진 1개, 사사구 2개)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2km에 불과했으나 필요한 순간 완급조절을 통해 시즌 첫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 이하)를 거두며 지난 7일 대구 삼성전서 4⅓이닝 4실점했던 아쉬움을 떨쳐냈다.
이병규를 비롯한 선수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비록 봉중근의 구위가 아직 100%는 아닐지라도 에이스가 시즌 첫 승을 거둘 경우 선수단에게는 1승,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경기 후 이병규도 "오늘은 꼭 (봉)중근이를 승리투수로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내가 도와준 것 같아 기쁘다"며 웃었다. 에이스를 살린 송구였다.
▲'마무리' 김광수를 살렸다
LG가 13일 현재 19승14패로 선두 SK(21승9패)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지만 불안한 구석이 있다. 바로 마무리 투수다. 현재 LG는 '마당쇠'김광수(30)가 6세이브를 올리며 뒷문을 지키고 있지만 등판 때마다 주자를 내보내며 깔끔하지 못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김광수는 올 시즌 15경기에 등판해 14⅔이닝을 던져 19안타 12사사구를 내주고 있다. 이닝당 주자 출루도 2.05나 된다. 다행히 평균자책점을 3.68로 낮췄지만 피안타율이 3할2푼8리로 높은 편이다. 수치상으로 놓고 보면 마무리 투수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서도 박종훈(52, LG) 감독을 비롯한 최계훈 투수 코치, 더불어 선수단까지도 "김광수가 우리 팀 마무리다. 조금은 흔들리는 모습도 있지만 그를 믿는다"는 마음이 강하다.
만약 이양기에게 맞은 안타가 이병규의 홈송구 없이 적시타가 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박종훈 감독은 마무리 투수 자리를 놓고 다시 한번 고민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일단 결과가 좋은 만큼 한번 더 기회를 줄 가능성이 있다. 이병규가 김광수도 살렸다.
이병규가 자칫 팀이 연패 그 이상으로 빠질 수 있었던 위기, 봉중근의 첫 승을 날릴 뻔한 위기, 마무리 김광수의 자리가 날아갈 뻔한 위기를 모두 구해낸 순간이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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