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수의 완벽한 수비, 어떻게 만들어졌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5.13 07: 11

"오늘 이대수의 몸에는 유격수의 신이 찾아왔습니다".
이효봉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극찬의 대상은 한화 주전 유격수 이대수(30). 그럴 만했다. 이대수는 지난 12일 잠실 LG전에서 유격수 수비의 진수를 보여줬다. 이날 한화가 잡은 24개 아웃카운트 중 무려 8개를 이대수가 처리했다. 묘기에 가까운 수비로 탄성을 자아냈다. 리그 최고의 수비력을 자랑하는 유격수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해 보였다.
2회 조인성의 유격수 쪽 땅볼로 첫 아웃카운트를 잡은 이대수는 3회 박경수-이대형-이진영의 땅볼 및 빗맞은 뜬공을 모두 안정적으로 처리하며 선발 장민제의 부담을 덜어줬다. 4회부터는 본격적인 하이라이트 쇼가 시작됐다. 4회 1사 후 박용택의 총알 같은 타구를 원바운드로 다이빙캐치한 뒤 지체없이 일어나 1루에 정확하게 송구해 아웃시켰다. 5회 1사에서는 정성훈의 타구를 달려오며 포구한 뒤 가볍게 러닝스로로 잡아냈다.

백미는 6회였다. 선두타자 박경수가 투수 장민제 옆을 빠져나가는 타구를 날렸다. 중견수 쪽으로 빠지는가 싶었떤 타구는 어느샌가 이대수가 뛰쳐 나와 여유있게 잡아 아웃시켰다. 빠른 타구판단에 부드러운 동작이 돋보였다. 이어 이대형의 빗맞은 타구가 좌익수 쪽으로 향했다. 좌익수 앞에 떨어질 텍사스성 안타가 될 듯했다. 하지만 타구를 포기하지 않고 뒤따른 이대수는 뒤돌아선 상태에서 끝까지 쫓아가 그대로 캐치해냈다. 바뀐 투수 마일영의 부담을 덜어주는 '더 캐치'였다.
 
이대수의 수비력은 일찌감치 정평이 나있다. 지난해 수비율 9할9푼1리로 8개 구단 주전 유격수 중 최고였다. 126경기를 뛰면서 실책은 5개밖에 되지 않았다. 한대화 감독은 "풀타임 주전으로 뛰면서 실책을 5개밖에 하지 않는 유격수가 어디에 있나"라며 이대수에 대한 신뢰감을 나타냈다. 올해도 이대수의 수비력은 변함없다. 25경기에서 실책이 2개에 불과하며 수비율은 두산 손시헌(0.98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9할8푼에 달한다. 전체적으로 수비가 불안한 한화이지만 유격수 쪽으로 가는 타구는 믿어 의심치 않아도 된다.
이대수는 어깨가 아주 강한 편은 아니지지만 빠른 타구 판단과 센스로 커버하고 있다. 수비위치를 잘 잡고 글러브 핸들링이 유연하다. 이대수는 수비의 비결에 대해 "반복 연습이다. 꾸준히 연습을 하면서 자신만의 테크닉과 리듬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SK 시절을 떠올렸다. 그는 "SK에서 김성근 감독님께서 송구할 때 팔을 올리라고 하셨는데 그게 지금 안정된 수비를 하는 이유다. 그래서 김성근 감독님께 감사한 마음이 있다. 팔을 올린 다음부터는 '아, 이렇게 밸런스를 잡고 던지는구나' 싶었다. 그때부터 악송구가 많이 없어졌고, 내 스스로 수비가 많이 업그레이드됐다는 걸 느겼다. 이제는 내 것이 확실하게 만들어졌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대수의 이날 수비가 더 빛난 건 얼마 전 부상을 입었다는 점 때문이다. 이대수는 지난달 23일 대전 두산전에서 왼쪽 어깨 부상을 당했다. 그 이전 다이빙캐치를 하다 어깨 통증을 느꼈지만 책임감으로 경기출장을 강행하다 부상이 덧난 것이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대수는 또 다시 타구를 향해 몸을 내던졌다. 본능이었다. "슬라이딩해야 하지만 고민되는 경우가 있긴 하다. 그런데 어떻게 하겠나. 그런 타구가 나오는 건 대개 박빙이다. 이게 빠지면 결정타로 연결되는데 열심히 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것이 이대수의 말이었다.
타고난 수비센스와 끝없는 반복훈련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저돌적인 승부근성. 이대수의 완벽한 수비는 완벽한 삼박자에서 비롯됐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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