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 타격' 실종된 두산의 침체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5.14 07: 40

37개의 병살과 5번의 영봉패로 최다 불명예. 팀 타율(2할6푼6리)은 4위지만 팀 득점(135점), 도루(31도루)는 6위로 하위권. 사실상 2년 여 만에 4위로 추락한 두산 베어스 공격의 현실이다.
 
두산은 지난 13일 잠실 SK전서 초반 선발 김성배의 3실점 공백을 이기지 못한 뒤 9회 만루 찬스도 날려버린 채 2-4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두산은 시즌 전적 15승 1무 15패(13일 현재)를 기록하며 4위로 떨어졌다.

 
매 시즌 초 5경기 정도를 제외하고 두산이 4위로 떨어진 것은 2009년 4월 하순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5월 10경기서 총 34득점에 2승 8패 극부조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 후 김경문 감독은 "이제 승률 5할이다. 팀을 추스리고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겠다"라는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내놓았다. 그동안 우승은 거머쥐지 못했어도 상위권 성적은 보장되었던 동시에 젊은 선수들을 키워냈던 두산의 초심은 과연 무엇인가.
 
최근 두산과의 경기서 위닝 시리즈를 기록한 한 팀 감독은 최근 두산 타선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모두 그러한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특히 찬스 상황에서 안 좋은 모습이 보였다는 말이다.
 
"눈높이에 들어오는 공보다 낮은 공이 왔을 때 그저 배트가 나가는 인상이 짙었다. 특히 누상에 주자가 있을 때 그런 타격이 많이 나오더라. 지키는 입장에서는 상대가 제 풀에 쓰러지는 타격을 하니 분위기가 저절로 오는 것 같았다".
 
좋은 공은 흘려보내고 나쁜 공에 배트가 나와 병살이나 삼진이 잦다는 이야기였다. 현재 두산 타선의 주전 선수들은 한창 발돋움할 시기 좋은 타구가 나왔을 때 이러한 이야기를 자주했다.
 
"어떤 구종을 의식하고 때려냈다기보다는 눈에 잘 들어온 공을 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머릿 속에 자기 스트라이크존을 그려놓고 들어서서 눈에 잘 들어온 공에 스윙을 했고 그것이 안타나 홈런으로 이어지며 야구인들의 호평을 받았던 두산 타자들이 꽤 많다. 김현수와 최준석이 그렇게 성장했고 3년차 외야수 정수빈 또한 첫 해부터 그 모습을 보이며 '될 성 부른 떡잎'의 풍모를 비췄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김현수는 6개의 병살타로 김동주와 함께 팀 내 최다 병살자 불명예를 안고 있고 최준석도 4개의 병살을 기록 중이다. 테이블 세터 요원인 정수빈은 28개의 삼진으로 팀 내 타자들 중 가장 삼진을 많이 당했다. 나쁜 공이나 떨어지는 공에 배트가 나가며 병살 또는 삼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이는 언급된 선수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생각만큼 타격이 되지 않는 데 대한 부담감이 경기력으로 이어진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모습이 장기화되면 결국 '패배 의식'까지 연결될 수 있다. 지난해에도 두산은 5월 한 달간 투타 균형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11승 14패(승률 4할1푼2리)를 기록했다.
 
이후 두산은 선두권으로 다시 올라오지 못했다. 두산은 현재 1선발 더스틴 니퍼트와 투수진 맏형 김선우가 선발진 축을 제대로 잡고 있으며 승리계투 맏형 정재훈도 제 위력을 발산 중이다. 타석에서도 누상에서도 상대 배터리를 긴장시키던 특유의 공격력을 발휘한다면 이전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만 타선은 투수진 중심들을 지탱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부지불식 중 두산은 점점 '내려가는 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뿐만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치명적인 오점을 남길 수 있다. 위기에 빠진 두산의 5월이 정말 중요한 이유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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