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다르면 비난 일색
독설 찬양하면서 비판 허용 않는 이중심리
MBC '위대한 탄생'이 멘토들의 심사에 잇따르는 격렬한 시청자 반응에 몸살을 앓고 있다. 혹평하면 차별한다고 비난, 호평하면 성의 없다고 비난이다.

특히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일부 출연자에 '다른' 의견을 냈던 방시혁 프로듀서와 이은미에 대한 시청자의 공격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방청객에서 야유가 쏟아져나오는가 하면 관련 기사마다 악플을 올리고 있다.
방시혁 프로듀서는 이 방송 초반부터, 다른 멘토들이 잘 하지 않는 직설적인 조언과 충고로 화제를 모아왔다. 속 시원한 말에 네티즌의 반응도 뜨거웠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출연자의 팬덤이 형성되고, 점차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방시혁 프로듀서의 말을 심사평 그 이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냥 냉철한 비판은 재미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상대에 대한 비판은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이은미는 지난달 백청강의 무대가 끝난 후 '이 쇼는 드라마가 아니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가 집중 포화를 맞았다. '위대한 탄생'이 드라마틱한 성공 신화가 되길 바라며, 상대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음악을 해온 출연자들을 응원하던 시청자들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이은미는 이 방송 후, 출연자들에게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줬는데, 블로거들은 이제 또 이은미가 왜 마음을 바꿨는지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들기 시작했다.
'위대한 탄생'의 룰이 갖고 있는 맹점도 이들의 자유로운 심사를 방해했다. 자신의 멘티를 애지중지 키우는 멘토가, 바로 옆에 앉은 동료 멘토의 멘티의 무대에 하고 싶은 말을 다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 더구나 그 상대가 자신의 멘티와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면 이는 완전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현장에선 물론이고, 잔뜩 예민해진 시청자들도 멘토들의 심사평을 '누구 몰아주기 아닌가', '누구를 견제하는 것 같다'며 확대해석하기 시작했다. 이는 음악적 전문성을 토대로 존경 받는 위치에서 멘토링을 하던 대형 가수들이 순식간에 옹졸한 경쟁자로 몰리는 상황. 가수로선 절대 달갑지 않다.
심사평에 대한 관심도 '너무' 높다. 전체적으로 호평을 하고, 아쉬운 부분을 한부분만 짚어도 '독설을 했다'고 보도됐다.
그 결과 최근 '위대한 탄생' 생방송 무대에서 심사평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져버렸다. 독설만 퍼붓던 심사위원이 결국 출연자의 열정에 감동해 엄지 손가락을 세우는 반전도, 심사위원들간의 유쾌한 농담과 장난도 모두 없어졌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급증하는 가운데, 다양한 심사평도 즐길 줄 아는 보다 열린 시청 자세가 없인 계속 되풀이될 부작용이다. 이에 앞서 엠넷 '슈퍼스타K'에서 심사위원으로 활약 중인 윤종신도 다양성을 인정해달라고 당부한 바있다.
그는 '슈퍼스타K3' 제작발표회에서 "'위대한 탄생'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면서 "다양한 의견을 보면서, 심사에도 다양성이 있구나 하고 느꼈다. 앞으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많아서 심사위원들을 비교해 '심사'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트위터에서 우리 심사위원에 대한 평점을 본 적이 있는데, 그러면 신경이 쓰여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할 수도 있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ri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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