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차우찬 빅매치, 실망시키지 않았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5.14 20: 03

역시 최고 에이스들은 달랐다. 최고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최선의 피칭으로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에게 야구의 묘미를 선사했다.
14일 대전구장. 한화-삼성의 시즌 5차전을 맞아 경기장을 향한 팬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주말 화창한 날씨에 최고 선발 에이스들의 맞대결이라는 빅매치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평소 류현진이 선발등판하는 날에는 3500석정도는 예매분으로 팔려나간다. 그런데 오늘은 4500석 정도 미리 예매됐다"고 귀띔했다. 주말인데 다 류현진-차우찬이라는 최고 에이스 선발카드가 효과를 봤다.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고 했지만 옛말에 불과했다. 의외와 반전 그리고 팽팽한 힘겨루기로 전개됐다.
▲ 의외의 홈런 바람

경기 전 삼성 류중일 감독은 "3점차 이내 싸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반면, 반대편 덕아웃에서 티셔츠 차림으로 나타난 류현진은 "아~ 왜 이리 추워"라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바람이 많이 부는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 결과적으로 류 감독과 류현진의 말 모두 맞았다. 이날 경기는 3점차 이내는 아니었지만 결국 3점 언저리에서 승부가 갈렸고 류현진의 말대로 바람은 경기 초반 의외의 양상을 낳았다.
1회 경기시작을 알리기가 무섭게 삼성 1번 타자 배영섭이 류현진의 가운데 높은 초구 139km 직구를 두들겨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선제 솔로포를 터뜨렸다. 시즌 1호 선두타자 초구홈런. 2사 후에는 4번타자 최형우도 류현진의 바깥쪽 높은 146km 직구를 밀어쳐 좌월 솔로포를 날렸다. 류현진이 1회에 홈런 2방을 맞은 건 데뷔 후 처음 있는 일. 2개의 타구 모두 우측에서 좌측으로 흐르는 바람의 영향을 받았다. 이날 대전구장 풍속은 초속 4.3m로 전날(3.2m)보다 바람이 훨씬 강하게 불었다.
한화도 1회 반격에서 홈런으로 응수했다. 1번타자 강동우가 차우찬의 가운데 높은 146km 직구를 통타해 우중간 담장을 그대로 넘어가는 솔로 홈런으로 반격했다. 1회초 배영섭에 이어 1회말 강동우까지. 모두 선두타자 홈런이었다. 역대 프로야구 9번째 한 경기 1회초-1회말 선두타자 홈런이라는 진기록. 경기 초반 예상치 못한 대포 싸움으로 경기가 흘러갔다. 자칫 에이스 맞대결 의미가 퇴색될지도 모르는 상황. 그러나 역시 최고 에이스들은 달랐다.
▲ 에이스는 흔들리지 않았다
경기 초반 류현진과 차우찬 모두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류현진은 1회에만 홈런 2개를 맞았고 2~3회에도 안타를 1개씩 맞았다. 볼넷도 하나 있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6km가 한 번 나왔을 뿐 그리 압도적이지 않았다. 3회까지 트레이드마크인 탈삼진은 하나밖에 없었다. 차우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회 강동우에게 홈런을 맞은 뒤 2회까지 6타자를 모두 범타로 돌려세웠지만, 3회에만 안타 2개와 볼넷 1개로 총 32개의 공을 던지며 힘을 뺐다. 4회에도 동점 허용과 함께 27개의 공을 던지며 힘을 소모했다.
하지만 류현진에게는 남다른 위기관리능력이 있었다. 2쇠 1사 2루에서 채상병과 손주인을 각각 투수 앞 땅볼과 2루수 직선타로 처리하며 고비를 넘겼다. 2회 배영섭을 실책으로 내보낸 후 최형우에게 적시타를 맞았지만, 계속된 1사 2루에서 라이언 가코를 투수 앞 땅볼로 처리한뒤 신명철을 스탠딩 삼진 처리하며 위기를 넘어갔다. 이날 류현진은 득점권 위기에서 9타수 1안타로 삼성 타선을 꽁꽁 묶었다. 7회에는 직구 최고 148km를 찍었다. 위기 상황일수록 경기 후반일수록 더 강해지는 류현진 특유의 모습은 여전했다.
차우찬도 3~4회에만 무려 59개 공을 던지며 투구수 관리에 실패했다. 한화 타자들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바람에 늘어나는 투구수를 감당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우찬은 무너지지 않았다. 5회까지 114개를 던진 차우찬은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6회를 마쳤을 때 차우찬으 투구수는 124개. 하지만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차우찬은 3명의 타자를 더 상대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총 투구수는 무려 138개. 지난달 14일 잠실 LG전에서 125개를 능가하는 개인 한 경기 최다 투구수 기록이었다.
▲ 고비를 넘기지 못한 에이스들
결과적으로 류현진과 차우찬 모두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류현진은 8이닝 7피안타 2볼넷 6탈삼진 5실점(4자책)으로 역투했으나 8회 진갑용에게 맞은 역전 투런 홈런이 치명타였다. 차우찬도 6⅔이닝 7피안타 2볼넷 7탈삼진 4실점으로 압도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류현진이 패전투수가 됐지만 차우찬은 그 이전에 마운드를 내려온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두 투수 모두 한고비를 넘기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류현진은 결국 홈런에 발목이 잡혔다. 4-3으로 리드하고 있던 8회 1사 1루에서 대타 진갑용에게 맞은 홈런이 뼈아팠다. 128km 체인지업이 가운데 높게 들어간 것이 진갑용의 방망이에 걸려들었다. 이날 경기를 가른 결승타가 되고 말았다. 류현진은 이날 홈런 3방을 맞았다. 류현진이 1경기에서 홈런 3개를 맞은 건 지난 2009년 7월4일 대전 KIA전 이후 두 번째. 잘 던지고도 공 한두 개가 실투로 던진 게 치명타였다. 다 잡은 경기를 아쉽게 날려버린 통한의 1구였다.
차우찬도 무려 138개의 공을 던지는 투혼을 발휘했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은 아쉬움도 남겼다. 리드를 잡고 있던 3~4회 모두 투아웃을 잡아 놓고 장성호와 한상훈에게 적시타를 한 방씩 얻어맞은 게 아쉬웠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안정감을 보였으나 경기 초반 투구수 관리에 실패했다. 냉정하게 보면 류현진과 맞대결에서는 석패했다. 하지만 에이스답게 쉽게 무너지지 않고 마운드를 지키는 기백을 보이며 다음을 기약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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