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친구는 거의 자기 자리를 잡았다고 본다".
삼성 류중일 감독이 부임한 후 가장 주목한 선수는 3년차 외야수 배영섭(25)이었다. 일찌감치 배영섭을 2011년 톱타자로 낙점했고, 자연스럽게 배영섭은 '류중일의 황태자'로 급부상했다. 류 감독의 기대대로 배영섭은 빠른 적응세를 보이며 첫 풀타임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내고 있다. 삼성의 유일한 3할 타자로 활약하며 사자 군단의 선봉장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배영섭은 올해 31경기에서 93타수 30안타 타율 3할2푼3리 2홈런 13타점 8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데뷔 첫 풀타임 시즌이지만 빠르게 적응해 가는 모습이다. 지난 14일 대전 한화전을 끝마치고 규정타석에도 진입했다. 리그 전체 9위에 해당하는 고타율. 삼성 팀 내에서는 규정타석 여부를 관계없이 유일한 3할 타자다. 볼넷 10개와 사구 1개를 얻어 출루율도 3할9푼4리. 출루율도 삼성에서 가장 높다. 심지어 득점권 타율도 4할2푼1리로 팀 내 1위에 올라있다.

류중일 감독은 "배영섭은 거의 자기 자리를 잡았다고 본다. 생각만큼 잘해주고 있다. 발도 빠르고 톱타자로 제격"이라고 말했다. 배영섭은 최근 체중이 5kg 정도 빠졌다고. 첫 풀타임 시즌이라 체력소모가 많다. 류 감독은 "첫 풀타임이니까 힘이 들 것이다. 그래도 잘 해낼 것"이라며 믿음을 거두지 않았다. 배영섭도 "처음에는 긴장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경기에 자주 나가다 보니 여유가 생겼다"며 "틈날 때마다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체력을 보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과 3연전을 치르고 있는 한화 코칭스태프에서도 배영섭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화 한대화 감독은 "배트를 아주 야무지게 잘 돌린다. 기본적인 실력이나 가능성은 삼성의 그 또래 선수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민철 투수코치도 배영섭의 타격 장면을 유심히 지켜 보더니 "배영섭이 정말 좋아 보인다. 마치 오가사와라를 보는 것 같다. 스윙이 작게 나오면서 정확하고 예리하다. 스윙하면서 손목을 비틀어 컨택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한 감독과 정 코치의 칭찬은 지난 14일 대전 한화전에서 증명됐다. 이날 1번타자 중견수로 선발출장한 배영섭은 1회 시작과 함께 류현진의 초구 가운데 높게 들어온 139km 직구를 받아쳐 좌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선두타자 초구 홈런. 이어 9회에도 중전 안타로 출루한 뒤 2루 도루까지 성공시켰다. 5타수 2안타 1타점 1도루. 올 시즌 10번째 멀티히트 경기로 몰아치는 데에도 능력을 보이고 있다.
동국대를 졸업하고 지난 2009년 2차 4번 전체 28순위로 삼성에 지명된 배영섭은 '대학야구의 이치로'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공수주 삼박자 능력을 인정받은 유망주다. 그러나 프로 입단 후 어깨 수술을 받아 재활기간을 거쳐야 했다. 2년의 예열기간을 거친 배영섭은 3년차를 맞아 공수주를 두루 갖춘 1번타자로 거듭나고 있다. 삼성의 오랜 톱타자 고민을 해결할 적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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