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투 하나에 승리가 날아갔다. 아쉬움 가득한 패배였다.
한화는 지난 14일 대전 삼성전에서 4-5로 역전패했다. 8회까지 4-3으로 1점차 리드를 잡고 있었지만 선발 류현진이 삼성 대타 진갑용으로부터 역전 투런 홈런을 맞으며 다 잡은 승리를 놓쳤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끈한 야구를 보여줬지만, 어딘가 모르게 진한 아쉬움이 남는 한판. 과연 막강 불펜이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날 류현진은 7회까지 총 97개의 공을 던졌다. 이날 경기 전까지 류현진의 올 시즌 경기당 투구수는 평균 114.6개. 8회에도 류현진은 당연히 마운드에 올라왔다. 선두타자 박석민을 2루 땅볼로 처리했지만 직구 최고 구속은 143km였다. 이어 4번타자 최형우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대타 진갑용에게도 초구에 볼을 던졌다. 그러자 한화 벤치에서는 정민철 투수코치를 올려보냈다.

정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 한화 불펜에서는 오넬리 페레즈와 박정진이 몸을 풀고 있었다. 그때 류현진의 투구수는 107개. 하지만 그 상황에서 류현진을 내릴 수 없었다. 에이스의 체면도 있었지만 불펜 투수들을 확신할 수 없었다. 불펜의 유일한 '믿을맨' 박정진은 전날 2이닝 동안 26개의 공을 던졌고, 그 이틀 전에는 3이닝 동안 54개의 공을 던져 피로가 쌓인 상태였다. 오넬리는 마무리지만 평균자책점이 7점대(7.63)였다.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진갑용에게 볼카운트 2-2에서 류현진이 던진 6구째 128km 체인지업이 가운데 높게 들어왔다. 명백한 실투. 진갑용의 방망이가 반응했고 타구는 좌측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승부는 한순간에 갈렸다. 그래도 류현진은 8회 나머지 아웃카운트 2개를 잡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8이닝 임무를 완수했지만 남은 건 시즌 5패(3승)째라는 결과. 평균자책점도 3.91에서 3.99로 소폭 상승했다. 8이닝 119구 역투의 대가로는 아쉬웠다. 통한의 1구가 된 실투의 대가. 에이스라면 응당 짊어져야 할 숙명이기도 하다.
사실 한화로서는 팀의 최대 고민이 드러난 대목이었다. 류현진을 필두로 안승민-양훈-장민제-김혁민의 만 25세 이하 토종 선발진이 호투하고 있지만 불펜의 안정감이 떨어진다. 믿고 내보낼 수 있는 투수는 박정진밖에 없다. 최근 유원상이 호투하고 있지만 확실한 필승 카드로는 아직이다. 올해 한화는 블론세이브가 7개로 가장 많다. 5월 이후 선발진은 평균자책점 3.84로 좋지만 불펜진은 평균자책점 6.10으로 오히려 더 치솟았다.
반면 이날 삼성은 불펜의 힘을 과시했다. 에이스 차우찬을 7회 2사에서 내리는 결단을 내린 뒤 권오준을 투입했다. 권오준이 역전 적시타를 맞았지만 이후 4타자를 연속 삼진 처리하며 승리투수가 됐고, 오승환이 9회 1점차 상황을 지켜내며 세이브를 수확했다. 차우찬의 투구수도 많았지만 힘이 빠진 상태의 에이스보다 더 좋은 구위를 갖고 있는 구원투수들이 있기에 투수교체 타이밍을 과감하게 가져갈 수 있었다. 그러나 한화는 그렇지 못했다. 힘이 빠져도 류현진이 계속 던질 수밖에 없었다. 만약 류현진의 뒤에 삼성의 불펜이 있었다면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한대화 감독도 최근 불펜 운용으로 머리를 싸매고 있다. 결론은 정석대로 가자는 것이다. 그러나 정석으로 밀고 나갈 자원이 많지 않다. 한화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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