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스스로 기회를 부여잡는 것인가.
올 시즌 KIA에게 김주형은 계륵이었다. 군제대후 복귀했으나 이렇다할 활약도 없었다. 타선에서는 침묵하기 일쑤였고 가끔 수비실수도 나오는 통에 부담을 안겨주었다. 그렇다고 2군으로 보낼 수도 없었다. 지명타자를 놓고 경쟁하던 나지완에 이어 1루수 최희섭, 이종범마저 부상으로 1군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화끈한 방망이 대신 차곡차곡 타수만 쌓던 김주형이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다. 지난 주말 사흘 연속 홈런포를 날리면서 존재감을 빛냈다. 13일 사직 롯데전에서 5-6으로 뒤진 7회 2사1,2루에서 3점짜리 좌월 결승홈런을 날려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2008년 7월4일 이후 3년만에 나온 시즌 첫 홈런이었다.

홈런포는 다음날도 터졌다. 2-8로 크게 뒤진 6회 선두타자로 나와 송승준을 상대로 120m짜리 좌월 솔로홈런을 날리는 기염을 토했다. 프로 데뷔 이후 이틀연속 홈런은 처음이었다. 팀은 패배했으나 김주형의 연속 홈런으로 위안을 삼았다.
사흘째 홈런이 터질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것도 0-2로 뒤진 8회초 2사후 이범호, 김상현이 백투백 홈런포를 날려 동점을 만든 직후 나왔다. 롯데의 구원투수 브라이언 코리를 상대로 좌중월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역전포였다.
활약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3-3 동점이던 10회초 1사3루에서는 투구강습 타구를 날려 3루 주자를 홈에 불러들였다. 결승타와 인터뷰의 주인공이 되는 듯 했으나 10회말 수비난조로 어이없는 역전을 당하는 바람에 아쉬움속에 짐을 꾸렸다.
김주형은 지난 주말 3연전에서 3홈런, 6타점의 활약을 했다. 6번타자로 그동안 타선만 지켰던 김주형이 비로소 자신의 힘으로 주어진 기회를 살린 셈이다. 더욱이 100타석이 넘도록 기회를 주었으나 부진이 계속됐고 김주형에 대한 기대가 거의 바닥나는 순간에 나온 연속 홈런이었다.
그러나 아직은 타율 2할1푼4리, 15타점에 그치고 있다. 앞으로 갈길이 멀다. 지난 주말처럼 앞으로도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언젠가는 최희섭에 이어 나지완이 돌아왔을 때도 감독이 주저없이 선발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는 오로지 자신에게 달려있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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