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조의 일본야구]히로시마와 야쿠르트 용병 선택의 비밀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5.16 14: 17

[OSEN=후나하시 겐조 일본 통신원]일본에는 ‘봄의 진사(珍事)’라는 표현이 있다. 이것은 말 그대로 봄에 기이하고 이상 야릇한 일이 발생하는 것을 가리키는 관용적 어구다.
 
요즘 센트럴리그에서 그런 ‘봄의 진사’가 일어나고 있다. 히로시마와 야쿠르트에 의한 시즌 초반 주도권 장악이다. 15일 현재 1위는 야쿠르트, 2위는 히로시마다. 특히 야쿠르트는 4월 24일부터 지금까지 1위를 지키고 있다.

 
일본 언론에서는 개막하기 직전에 해설자들이 순위를 예상한다. 필자는 유력 전문지 중에서 3개를 골라 29명의 예상을 알아보았다. 그러더니 야쿠르트가 상위권에 들어간다고 한 전문가는 6명이었고 히로시마는 1명 밖에 없었다. 둘 다 상위권에 들어간다고 한 전문가는 단 1명도 없었다.
 
물론 시즌이 시작한지 불과 한 달. 앞으로 순위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히로시마와 야쿠르트는 전력이 아주 튼튼한 전력을 과시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 ‘봄의 진사’를 일으킨 두 팀에는 큰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용병들의 활약’이다. 히로시마와 야쿠르트는 좋은 용병을 저렴하게 영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팀이다. 올해 역시 새로 온 용병들이 대단한 활약을 보이고 있다.
 
히로시마 용병들의 연봉은 4번 타자인 채드 트레이시(30)가 6600만 엔(약 9억 원). 다승 1위 브라이언 벌링턴(30)은 5400만 엔(약 7억 원). ‘수호신’ 데니스 사페이트(30)는 3700만 엔(약 5억 원)이고 현재 세이브 선두다. 야쿠르트 타선의 중심인 블라디미르 발렌틴(26)은 타율과 홈런이 리그1위. 타점은 1점차 2위다. 그의 연봉은 6500만엔(약8억7천만 원).
 
참고로 요미우리는 올해 용병 4명을 영입했으며 평균연봉은 8000만 엔(약 10억 원)이나 된다. 그러나 현재 1군서 뛰고 있는 선수는 한 명밖에 없다. 히로시마나 야쿠르트와 비교해 보면 너무나 대조적이다.
 
이 두 팀이 용병을 잘 뽑는 데는 각각 이유가 있다. 독자적인 방법으로 용병을 모색해 온 히로시마. 도미니카공화국에 카프 아카데미라는 야구학교를 설립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1995년에 15승을 거둔 로빈슨 체코(39)를 빼고는 일본에서 크게 활약한 선수는 나오진 않았다. 그러나 시카고 컵스에서 뛰는 알폰소 소리아노(35)는 여기 출신이다. 소리아노는 양키스를 비롯한 팀에서 활약해온 스타선수다. 그의 프로로서의 야구인생은 여기서 시작했다.
그러나 올해 히로시마가 좋은 용병을 영입한 비밀은 카프아카데미가 아닌 우수한 주미(駐美)스카우트에 있다. 이 주미스카우트는 미국에 거주하는 용병 당담 스카우트를 가리키는 말이다. 일본에서 뛰었던 선수가 용병 스카우트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을 고용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그들이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일본에서 스카우트를 파견하는 것보다 비용이 저렴하다. 그리고 많은 경기를 보러 다닐 수 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일본인이 따라할 수 없는 장점이 있다.
 
두 번째는 그들의 인맥이다. 스카우트들은  미국에서도 오래 뛰었다. 그래서 우수한 선수가 방출될 것이라는 정보도 공식 발표가 나오기 전에 알 수 있다.
 
앞서 언급한 트레이시는 그런 케이스다. ‘말린스는 그와 재계약을 안 할 것이다’ 주미스카우트는 그 정보를 미리 입수했다. 메이저리그서 통산 79홈런을 쳤고 2006년에 20홈런을 터트린 트레이시. 저렴한 가격으로 그를 영입할 수 있었던 것은 인맥 덕분이었다.
 
세 번째는 자신이 일본에서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용병선수가 성공하는 데 무엇이 필요하느냐를 그들은 잘 알고 있다. 더구나 스카우트할 선수에게 일본인과 다른 시점에서 조언해줄 수도 있다.
 
일본의 주고쿠 신문에 따르면 히로시마는 주미스카우트가 2명 있다. 스카우팅 비용은 통틀어서 3000만 엔(약 4억 원). 용병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 결코 비싸지 않다. 반면 야쿠르트는 주미 스카우트가 아닌 그냥 일본인이 스카우팅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용병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스카우트를 담당하고 있다. 야쿠르트의 편성부 국제 당담은 오쿠무라 마사유키 씨다. 그는 미국에서 유학했고 졸업한 후에는 노모 히데오(42)를 비롯한 일본인 빅리거들의 통역을 해왔다. 즉 용병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왔다는 샘이다.
그리고 야쿠르트는 팀의 분위기가 가정적이기 때문에 용병이 어울리기가 쉽다. 발렌틴은 구단  공식 사이트에서 ”(야쿠르트의 좋은 점은)동료들이 잘해준다. 마치 우리 집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작년 임창용의 거취가 불투명해졌을 때 주장 미야모토 신야(40)가 직접 전화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임창용도 ‘’선수들은 나를 외국인이 아니라 그냥 선수로 나를 봐줬다”고 말한 바 있다.
 
용병들이 적응하는 과정에서는 ‘용병을 알고 있다’는 것과 ‘구단의 분위기’는 정말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한 스카우트의 재미있는 사례를 소개하자. 그가 처음에 일하던 구단은 분위기는 좋으나 경영난 때문에 연봉을 많이는 못 준다. 그러나 그는 우수한 선수를 많이 영입했다. 그 역시 옛날에 통역을 했기에 용병들의 고생을 제대로 일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모 인기구단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새로운 일자리는 훨씬 좋은 조건으로 용병을 영입할 수가 있다. 하지만 그는 거기로 간 이후에는 좋은 선수를 뽑지 못하고 있다. 그 구단은 분위기가 독특하다. 한 베테랑 기자는 ”마음 고생이 정말 많은 팀이다. 무리를 하더라도 항상 잘 된 인간으로서만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프로인 이상 금전적인 조건도 중요하다. 그러나 용병도 인간이다. 주변의 이해나 분위기도 중요한 요소다. 이 아이러니컬한 일화를 보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kenzo15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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