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련한 2년차 20살' 안승민, 제2선발로 뜬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5.17 08: 25

어쩜 이리도 노련할까. 외모나 행동이나 연륜이 묻어난다. 2년차가 아니라 20년차쯤 되는 것처럼 보인다. 한화 2년차 우완 투수 안승민(20)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안승민이 뜨고 있다. 안승민은 지난 15일 대전 삼성전에서 올 시즌 최다 6⅔이닝을 던지며, 4피안타 1볼넷 3탈삼진 2실점으로 막고 시즌 2승(2패)째를 따냈다. 보여지는 승수보다 투구내용이 훨씬 좋았다. 한대화 감독은 "우리팀 2선발"이라고 아예 못박았다. 이에 안승민은 "그런거 신경 쓰지 않는다. 길게 던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한화의 보물
안승민은 2010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3라운드 전체 20순위에 한화에 지명됐다. 공주고 시절 청소년 대표에 뽑힐 정도로 지역을 대표하는 얼굴이었지만 드래프트에서 상위 지명을 받지 못했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참석한 드래프트 현장에서 안승민은 눈물을 흘렸다. 이에 대해 안승민은 "생각보다 늦게 지명됐다는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화나거나 상처받은 건 아니었다. 고생하신 부모님께 보답할 수 있게 된 것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뒷바라지한 부모님께 우사를 해드리는 것이 소원일 정도로 마음씨 깊은 효자다.

그는 "처음부터 한화에 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지역연고팀 한화를 보며 자랐다. 특히, 지금은 투수코치가 돼 지도받고 있는 정민철 코치를 존경했다. 그의 친형도 한화에서 불펜포수로 일한 인연이 있었다. 안승민은 "많은 코치 분들께 좋은 가르침을 받고 있다. 한화에 꼭 오고 싶었고, 지금 한화 유니폼을 입고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리빌딩을 하는 한화에게 있어 안승민이라는 투수는 보물이다. 안승민도 자신이 동경하던 팀의 재건을 위해 마운드에서 혼신의 힘으로 공을 던지고 있다. 이런걸 두고 천생연분이라고 한다.
▲ 노련한 투수
안승민은 노련하다. 외모도 노련하고 마운드에서도 노련하다. 고졸 신인으로 데뷔한 지난해 안승민은 25경기에서 4승4패 평균자책점 5.43을 기록했다. 특히 데뷔 첫승을 거둔 4월13일 대전 SK전에서 1점차 타이트한 상황을 지키며 구원승을 따냈다. 이미 그때부터 떡잎을 보인 것이다. 지난해 막판부터 한대화 감독은 안승민을 선발로 기용했다. "신인치곤 노련함이 있다. 마운드에서 여유와 배짱이 있다. 잘만 키우면 내년에 선발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겨우내 체인지업을 가다듬은 안승민은 지금 선발 그것도 류현진과 원투펀치를 이루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안승민은 직구 스피드보다 볼넷 숫자에 주목한다. 대다수 어린 투수들이 스피드에 집착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스프링캠프에서 선배 투수들이 스피드를 확인할 때에도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나는 스피드 투수가 아니다. 제구에만 집중하겠다"는 게 안승민의 말이었다. 올해 안승민의 9이닝당 평균 볼넷은 2.25개. 한화 팀 내에서 가장 적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위기에 더 강하다. 득점권 피안타율이 2할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오히려 주자가 나가면 편하다. 점수를 안 주면 좋고, 주면 그러려니 한다"고 했다. 한번쯤 나이를 의심해 볼만 노련한 멘트. 한용덕 투수코치는 "겉보기와 달리 정말 영리한 투수"라고 평가했다.
▲ 그래도 스무살
안승민은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안경을 쓰고, 수염이 덥수룩한 모습은 흡사 중견 투수를 연상시킨다. 팀 내에서도 '안과장'이라는 유명한 별명이 바로 그것. 한대화 감독은 "요즘은 부장으로 승진했다"면서 "외모만 보면 나랑 동년배로 보이지 않나"고 진지한 표정으로 농담했다. 어린 나이에 혹여라도 외모 때문에 상처는 받지 않을까. 안승민은 "모두 제게 관심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겠나. 상처를 받기 보다 그런 관심이 좋다. 관심과 애정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고맙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는 "안경을 벗고 면도를 하면 나이들어 보이지 않는다"고 강변한다. 류현진은 그런 안승민을 "귀여운 후배"라고 한다.
정민철 투수코치는 안승민에 대해 "참, 대견하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도 흔들리지 않는 마인드 때문이다. 실제로 안승민은 첫 승을 거둔 후 42일 만에 2승째를 따냈다. 그 과정에서 좋은 피칭을 하고도 불펜이 승리를 날려버린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안승민은 "그런 건 신경 쓰지 않는다. 어차피 시즌은 길다. 나는 내 할 것만 집중하면 된다"며 의젓하게 말했다. 정 코치는 "승민이는 마인드가 된 친구"라며 "워낙 갖춘 재능이 많다. 승민이가 옆길로 새지 않게 도와주는 게 내 역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 코치는 "승민이 외모에 대해 말이 많은데 어차피 야구선수 비주얼은 실력에 비례한다"고 힘줘 말했다. 야구를 잘할수록 안승민은 동안이 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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