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볼러'레다메스 리즈(28, LG 트윈스)와 '석민어린이'윤석민(25, KIA 타이거즈)이 양팀의 에이스라는 자존심을 걸고 맞대결을 펼친다.
리즈와 윤석민은 17일 광주구장에서 열리는 KIA-LG전에 양팀 선발로 등판한다.
리즈는 올 시즌 새 외국인 투수로 시범경기에서 160km 강속구를 던지며 한국야구 최고의 파이어볼러가 됐다. 올 시즌 8경기에 등판해 2승4패 평균자책점 3.96를 마크하고 있지만 최근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 이하)를 하고 있다. 지난 11일 잠실 한화전에서는 9회까지 2실점하고도 완투패를 당했다. 아쉬움이 남을 법도 하지만 리즈는 "좋은 경험을 했다. 모든 것을 잊고 다음 경기에 집중하겠다"며 웃었다.

윤석민도 최근 2연승을 올리고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다. 윤석민은 지난 4일 목동 넥센(8이닝 1실점 비자책)전과 10일 광주 두산(7이닝 무실점)전에서 자책점을 내주지 않았다. 4월 28일 광주 SK전에서도 강판되기 전 마지막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만큼 16이닝 연속 비자책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그렇다면 리즈와 윤석민의 맞대결에서 포인트가 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이들은 모두 직구를 잘 던진다는 점, 제구력도 수준급이다. 결론은 직구와 함께 섞어 던질 결정구로 보면 된다.

▲직구는 둘다 잘 던진다
리즈는 한국야구 최초로 160km를 던졌다. 물론 정규시즌이 아닌 시범경기라서 공식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어쨌든 160km를 던졌다. 공 끝이 가볍다는 평가도 있지만 보통 투수들 보다 훨씬 우수하다. 리즈의 천적인 강동우는 "리즈는 수준급 투수다. 볼 끝이 안 좋다는 말이 있는데 160km에 비해 볼 끝이 안 좋다는 뜻이다. 보통 투수들 직구보다 훨씬 위력적"이라면서 "그는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150km 이상을 던질 수 있다. 타자로서는 두려운 존재"라며 칭찬했다.
윤석민 역시 올 시즌 직구 최고 구속이 150km를 넘는다. 지난 10일 광주 두산전에서는 151km를 던졌다. 구속은 리즈에 비해 조금 떨어지지만 공 끝의 움직임과 종속은 리즈보다 낫다는 평가다. 윤석민의 직구 구사 비율이 예전에 비해 높아진 이유는 많은 러닝을 통해 스스로 직구 구위를 끌어 올렸다.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진 김상훈은 "석민이에게 직구 비율을 높일 것을 꾸준히 이야기했다. 직구를 많이 던져야 변화구의 위력도 살아난다고 말하곤 한다"고 설명했다.
▲제구력도 나쁘지 않다
보통 강속구 투수라면 제구력이 나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리즈와 윤석민은 제구가 좋은 편이다. 리즈는 올 시즌 52⅓이닝을 던져 사사구(볼넷 21개, 사구 4개)를 25개를 허용했다. 9이닝당 비율은 3.61개다. 지난 5일 두산전에서 4개, 11일 한화전에서 3개를 기록했으나 리즈는 사사구 수치를 떠나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들에 비해 제구가 좋다는 평가다.
윤석민은 올 시즌 45⅓이닝을 던져 사사구(볼넷14개, 사구3개) 17개를 내줬다. 9이닝당 비율은 2.78개다. 지난 4일 넥선전에서는 8이닝 동안 사사구가 2개, 10일 두산전에서는 4개를 기록했다. 수치상으로는 평균 3개를 내줬지만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벗어난 것이 아니다. 피안타가 2개씩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공의 위력이 뛰어났다고 볼 수 있다.

▲리즈'체인지업' vs 윤석민'슬라이더'
리즈와 윤석민 모두 최근 페이스가 좋다는 점, 직구 위력 뿐 아니라 제구력도 수준급이라 걸 종합해 볼때 결론은 리즈의 승부구인 체인지업, 그리고 윤석민의 승부구인 슬라이더가 오늘 경기의 승패를 가른다고 보면 된다.
리즈는 지난 11일 한화전에서 한국무대 진출 후 가장 많은 9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이날 결정구는 체인지업이었다. 검지와 중지를 벌려 잡아 포크볼처럼 보이지만 약지와 새끼 손가락을 중지에 붙여서 던진다. 리즈 역시 "포크볼이 아니라 체인지업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포크볼과 체인지업이 조화된 그립이다"고 설명했다. 시즌 초에는 제구가 잘 되지 않았지만 최근 제구가 잡히면서 구사 비율을 많이 높이고 있다.
윤석민도 지난 10일 두산전에서 투구수 117개 가운데 슬라이더를 44개나 던졌다. 구속도 142km까지 나왔다. 구속 뿐 아니라 변하는 움직임이 우타자 바깥으로 흘러나가기도, 또 떨어지기도 한다. 윤석민이 슬라이더 구사를 자주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손재주가 뛰어난 윤석민이지만 가장 자신있는 구종이 슬라이더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부담없이 던질 수 있다.
가끔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처럼 큰 기대를 모았던 박빙의 투수전이 싱겁게 끝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리즈와 윤석민의 맞대결은 올 시즌 몇 안 되는 최고의 투수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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