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릇에 1만1000원…“니 면발 굵다”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1.05.17 17: 23

- 여름은 오는데…냉면값이 기막혀
주원료 메밀값 200% ↑ 업주들 “값인상 불가피”
“너무 비싸서 못 먹겠다” 점심시간 직장인 손님 ↓

[이브닝신문/OSEN=장인섭 기자] #지난 10일 휴일을 맞아 시내의 한 유명 냉면전문점을 찾은 허미진씨(36). “부모님께 순면을 사드리려고 모시고 나왔는데 가격이 많이 올라(1만5000원) 그냥 냉면을 대접해 드렸는데 냉면 값(1만1000원)도 만만치 않더라. 식사내내 불편해 하시는 부모님 눈치만 보다 나왔다”며 “아무리 고물가 시대라지만 올라도 너무 오른 것 아니냐?”며 얼굴을 찌푸렸다.
#을지로에 있는 직장을 다니는 김두일씨(26)는 최근 점심 값이 너무 올라 근처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나 사발면으로 한 끼 때우는 날이 많아졌다. 그는 “회사주변에 냉면전문점이 많아 가끔 이용했는데 금년엔 가격이 많이 올라 그나마 맛보기도 힘들어 졌다”며 머쓱해 했다.
 
원재료가격 상승으로 인상 압박을 받아온 시내 유명 냉면전문점의 물·비빔냉면 값이 1만1000원대를 넘어섰다. 본격적인 성수기를 앞두고 있어 냉면을 즐겨찾는 소비자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냉면의 주원자재인 메밀가격이 지난해보다 크게 올라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며 냉면가격을 500~1000원씩 인상하는 업체가 크게 늘었다.
냉면 값 인상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다. 소비자물가 인상 억제를 앞세운 정부의 눈치를 보다 원가상승 압력을 견디다 못한 일부 업주들이 하나 둘 가격을 올리자 해가 바뀌면서 봇물 터지듯 가격인상이 꼬리를 물고 있다는 것이다.
64년 전통을 자랑하는 우래옥은 이달 들어 분점을 포함한 전 매장에서 물냉면과 비빔냉면 값을 각각 1000원씩 올려 1만1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또 국내외 20여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우리 한정식도 올 들어 냉면가격을 1만원에서 1만1000원으로 인상했다. 방짜유기(놋쇠그릇)에 김이 서릴 정도로 시원하고 담백한 육수로 유명한 평양냉면 브랜드 봉피양은 지난해 말 일찌감치 냉면가격을 1만1000원으로 인상했다.
냉면 특화거리로 불릴 정도로 냉면전문점이 밀집해 있는 서울 중구 오장동의 냉면 값은 아직 8000~9000원 안팎에 머물러 있다. 올 들어서 1000원 단위로 값을 올렸지만 고물가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더 올리수 밖에 없다는 게 이곳 업주들의 입장이다.
40여년간 냉면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업주는 “아직 가격을 올리지 못했는데 인상시기를 놓친 것 같다”며 “냉면의 주원료인 메밀가격이 너무 올라 타산을 맞출 수가 없다. 고객 불만을 감수하고라도 가격을 올려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한 업소의 서빙을 담당하는 김필순 씨(45·가명)는 “가격인상에 따른 고객 불만은 별로 없다. 80~90%가 단골손님이기 때문에 손님이 크게 줄지는 않았다”면서도 “점심시간에 이용하는 인근 직장인들은 확실히 줄어들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소비자물가지수’는 올 들어 4개월 연속  4%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농산물은 9.0%, 축산물 9.8%, 수산물 9.0%의 상승률을 보이며 식품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한국농림수산정보센터에 따르면 12일 현재 냉면 제조의 주원료로 사용되는 메밀의 도매가격은 4㎏(특1등) 한 상자 기준 평균 1만687원으로 지난해 5100원에 비해 두 배(209%)이상 크게 뛰어 올랐다. 이밖에 냉면 고명으로 쓰이는 소고기, 계란 및 각종 야채 가격도 30~40%이상씩 올랐다.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업주들의 볼 멘 목소리가 엄살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크게 오른 냉면 값에 소비자들은 불만스럽기만 하다.
“동료들과 냉면 얘기하다가, 냉면 값이 1만원이란 얘길 듣고 뭔 넘의 냉면 따위가 그리 비싸냐고 한다. 그러니 조미료 팍팍 들어간 냉면이나 먹는 겁니다”(@maoulou), “근데, 솔직히 XX면옥 냉면값 넘 비싸요…9000원…돼지수육도 쬐께 나오는데 1만2000원이고요. 명성 값인 듯요. 저 같음 청량리 시장 내 할머니 냉면이나 먹겠다능…. 착한 가격에 맛도….”(@solarplant) 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maya64’라는 아이디의 한 네티즌은 온라인상에서 원가에 비해 냉면 값이 너무 비싸다는 네티즌들의 지적에 “1인분에 1만5000~3만원씩 하는 파스타 가격에 대해서는 왜 아무 말들이 없으신지? 우리 것이니 무조건 싸야한다는 건 억지…”라며 “제 값 내고 제대로 된 맛을 즐길 수 있으면 되는거 아닌가?”라며 옹호론을 펼치기도 했다.
ischang@ieve.kr /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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