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아파요. 그래도 뛰어야지요".
팀 공격에 없어서는 안 될 타자. 5월 들어 어려운 상황에 접어든 가운데서도 그는 통증을 딛고 테이블 세터 요원으로서 활약 중이다. '종박' 이종욱(31. 두산 베어스)의 활약을 높이 평가해야 하는 이유다.

이종욱은 지난 17일 잠실 한화전서 1-0으로 앞선 3회말 1사 2,3루서 상대 선발 양훈의 4구 째를 공략해 2타점 중전 안타로 연결하며 분위기를 가져오는 점수를 올렸다. 볼카운트 0-3로 유리한 상황에서 전진 시프트의 허점을 발견하고 빈 곳으로 타구를 때려낸 이종욱의 감각이 돋보였다.
이 안타로 이종욱은 12일 광주 KIA전서부터 5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4월 24일 대전 한화전서 당한 왼손 엄지 타박상이 쉽게 낫지 않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더욱 뜻깊다. 올 시즌 성적은 2할9푼6리 1홈런 9타점 5도루.(17일 현재)
사실 이종욱의 부상은 현 상황에서 쉽게 낫기 힘들다. 타격 시 손의 충격이 가장 먼저 전해지는 엄지 관절 부위 부상인 만큼 충격파를 전해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팀 상황을 살폈을 때 이종욱이 빠지면 두산은 더욱 심하게 비틀거릴 수 있었다.
신예 정수빈은 분명 좋은 선수지만 확실한 주전으로서 아직 맹위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중견수 대체자로 나섰던 유재웅과 정진호는 공,수에서 이종욱의 공백을 100% 메우지 못했다. 가장 안정된 수비력을 갖춘 베테랑 임재철은 발목 부상으로 인해 현재 2군에서 재활 중이다. 센터라인의 중심이자 공격 선봉장인 이종욱이 편히 쉴 수 없는 입장.
결국 그는 지난 6일 잠실 롯데전부터 다시 선발 라인업에 복귀했다. 그리고 매 경기 그의 왼손에는 엄지 부위를 둘러싼 테이프가 감겨 있다. 환부에 전해지는 충격을 최대한 줄이는 동시에 특유의 플레이스타일을 이어가기 위한 고육책이다.
"전재춘, 홍성대 트레이너가 매일 최고의 테이핑을 해주고 있어요.(웃음) 손은 똑같지요. 통증도 계속 있고 경기하고 나면 붓고. 그렇다고 쉴 수도 없습니다. 제가 다치고 나서 결장했을 때 이기면 좋겠지만 다치고 나서 팀이 연패에 빠지니 너무 미안한 거에요. 쉬는 게 쉬는 게 아니더라구요".
게다가 개막 당시 바닥까지 치달았던 타격감이 올라오던 상황에서 당한 부상이라 아쉬움이 더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종욱은 "빨리 이겨내겠다"라는 말로 테이프로 감은 부위를 매만졌다. 팀의 척추와도 같은 센터라인의 핵심 요원이자 공격 첨병으로서 책임감을 먼저 앞세운 것.
매 경기 전 그에게 부상 부위를 물어보면 그는 웃으며 "울면서 뛰어요. 울면서"라며 훈련에 나선다. 오랜만에 큰 점수 차(8-1)로 승리를 거두며 공격력을 발휘한 두산 타자들이 이종욱의 투혼에 적극 부응할 수 있을 것인가.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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