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민어린이'윤석민(25, KIA 타이거즈)은 가진 것이 많다.
투수라면 기본이 되는 150km 중반대 강속구를 던진다. 여기에 우타자 바깥으로 예리하게 꺾여 나가는 슬라이더, 낙차 큰 커브, 서클 체인지업, 포크볼, 투심 패스트볼 등등 최소 6가지나 된다. 반듯하게 날아오는 공 뿐 아니라 상하좌우로 변화무쌍하게 움직인다. 투수들이 부러워 할 재능을 지녔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윤석민은 가진 것이 너무 많아서 자신의 공을 다 소화하지 못했다. 마운드 위에서 어떤 공을 던져야 할 지 고민을 하게 됐다.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그런 윤석민이 변했다.
윤석민은 17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삼진 10개를 솎아내며 2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시즌 4승(1패1세이브)째를 올렸다. 지난 4월28일 문학 SK전에서 4회를 무실점으로 막은 윤석민은 4일 광주 넥센전 8이닝 1실점(비자책), 10일 광주 두산전 7이닝 무실점 피칭에 이어 이날도 실점을 하지 않으며 22이닝 연속 비자책 행진을 이어갔다.
그렇다면 윤석민의 깜짝 변신의 비결은 무엇일까. 과거 '무등산 폭격기'로 불린 선동렬 전 삼성 감독이 전성기 때 직구와 슬라이더만으로 한국과 일본을 접수했던 것처럼 윤석민도 안정된 하체를 바탕으로 직구와 슬라이더의 위력이 살아나면서 올 시즌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투수의 생명은 러닝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점은 하체다. 공은 팔로 던지지만 결국은 하체가 단단하게 버텨줘야 원하는 탄착점에 정확하게 던질 수 있다. 윤석민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윤석민은 제구가 많이 흔들렸다.
그러나 지난 겨울 스프링캠프 동안 많이 뛰었다. 윤석민의 공을 받는 '배터리'김상훈(34)도 "윤석민은 다양한 구종을 던진다. 재능도 뛰어나다. 겨울 동안 많이 뛰었다. 운동을 열심히 했기 때문에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55km 강속구를 뿌렸다
하체가 튼튼해지자 윤석민의 투구 밸런스는 완벽하게 잡혔다. 윤석민은 17일 LG전에서 직구 최고 구속이 155km(MBC 스포츠플러스 스피드건)까지 나왔다. 공 끝이 살아 움직였다. 154km도 몇 차례 나왔고, 마운드를 내려가기 전 6회에도 세 타자 연속 삼진을 잡을 때 직구 구속이 152km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었다. 타자들의 배트가 따라가기도 전에 공은 포수 미트에 들어왔고, 멍하니 서있다 스탠딩 삼진도 5명이나 당했다.
이에 대해서 김상훈은 "올 시즌 (윤)석민이와 호흡을 맞출 때 의식적으로 직구 사인을 많이 낸다. 직구는 많이 던져야 스피드가 난다"면서 "지금도 마운드에서 체인지업 등 다른 변화구를 던지고 싶어하지만 석민이는 직구와 슬라이더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슬라이더가 144km라니…
김상훈이 말한 윤석민의 슬라이더는 올 시즌 최고의 구위를 자랑하고 있다. 윤석민은 17일 LG전에서 슬라이더 구속이 최고 144km까지 스피드건에 찍혔다. 가볍게 던져도 142km가 나왔다. 웬만한 투수들의 직구 구속보다 빠른 초고속 슬라이더다.
특히 윤석민의 슬라이더는 우타자 바깥으로 횡으로 휘어지게, 종으로 살짝 떨어지게도 던진다. 타자들은 직구 타이밍에 맞춰 타석에 서지만 워낙 빠른 속도로 예리하게 꺾여 도저히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다. 여기에 윤석민은 슬라이더를 가장 자신있게 뿌린다.
이에 대해서 김상훈은 "(윤)석민이는 직구보다 슬라이더가 더 좋다. 볼카운트가 불리할 때 슬라이더를 던지고 싶어한다. 가장 자신있기 때문"이라면서 "단순히 슬라이더를 빠르게 던진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곳에 제구도 완벽하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윤석민의 슬라이더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민도 "직구 위주로 던졌다. 최근 직구 볼 끝도, 제구도 좋아져 많이 맞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패턴을 강하게 간 게 좋았던 것 같다"면서 "작년에 변화구 위주로 던지다 보니 위기 상황에서 세게 던져도 안 됐다. 그런데 직구를 강하게 던지다 보니 지금은 천천히 던져도 투구폼이 익어서 스피드가 나온다"며 최근 호투 비결을 밝혔다.
복잡함 대신 직구와 슬라이더의 단순함 속에서 투구 비법을 찾은 윤석민. 22일 군산 한화전에서 비자책 행진을 이어갈 지 기대된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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