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다메스 리즈(28, LG 트윈스)가 마운드 위에서 고개를 떨궜다. 아니 주저 앉았다.
리즈는 17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4회를 버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성적은 3이닝동안 1홈런 포함 8피안타 3사사구 7실점(7자책). 입단 이후 최소이닝 강판이자 최다실점이었다. 평균자책점도 4.88로 급상승했다.
리즈는 이날 경기 전까지 8차례 등판에서 최소 투구 이닝이 6회였다. 지난 11일 잠실 한화전에서는 9이닝 2실점으로 완투까지 했다. 최근 컨디션이 좋았기 때문에 리즈가 한 순간에 무너질 것이라고는 예상하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가장 큰 원인은 제구력이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본다면 완급조절을 할 때 필요한 슬라이더의 제구가 전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트라이크 비율은 높지만 제구력 난조
이날 리즈는 분명히 제구력에서 난조를 보였다. 투구수 84개 중에서 스트라이크가 48개, 볼이 36개였다. 수치상으로 놓고 보면 스트라이크 비율이 57.4%다. 그러나 파울을 포함해 안타를 맞는 모든 타구를 스트라이크로 계산을 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부분이다.
리즈는 1회 첫 타자인 이용규를 상대로 148km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그러나 3구째 체인지업을 던지다 안타를 맞았다. 2번 김선빈에게는 6구 모두 직구만 던지다 또 다시 좌전안타를 맞아 무사 1,3루 위기에 처했다. 이후 김원섭을 상대로 처음으로 슬라이더를 던졌다. 그러나 제구가 원활하지 않았다. 직구는 볼이 되거나,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와도 가운데로 몰려 안타를 맞았다.

▲슬라이더 제구가 필요
리즈의 부진의 원인은 슬라이더 때문으로 봐도 된다. 리즈는 직구,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구사한다. 직구는 스트라이크를 잡기도 하지만 결정구 확률이 높다. 체인지업도 투스트라이크 이후 삼진 또는 범타를 처리할 때 위닝샷으로 던진다.
그러나 슬라이더는 다르다. 리즈의 슬라이더는 다른 투수들에 비해 낙차가 있어 슬라이더와 커브의 중간 형태인 슬러브로 보는 것이 가장 무방하다. 리즈는 완급조절,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서 던지는 구종이 슬라이더다. 그렇지만 이날 총 22개의 슬라이더를 던져 스트라이크 판정과 헛스윙을 유도한 것은 단 세 차례에 불과했다. 9개는 볼이었고, 10개는 파울 또는 타구로 타자의 배트에 맞았다.
▲슬라이더 부진이 단조로운 패턴 야기
카운트를 잡을 수 있는 공이 제구가 안 되면서 스트라이크를 못 잡자 리즈는 직구와 체인지업만으로 승부를 해야 했다. 리즈는 이날 직구 최고 구속이 157km까지 나왔다. 타자들로서는 쉽게 치기 힘든 스피드다. 반면 포크볼과 서클 체인지업의 중간 형태의 그립으로 던지는 체인지업은 137 ∼141km까지 나왔다. 보통 투수들의 직구 스피드다. 즉, 타자들은 직구 타이밍에 맞춰 리즈의 체인지업을 노리면 안타를 칠 확률이 더 높아진다.
1회 톱타자 이용규가 1구 148km, 2구 157km 직구를 그대로 흘려 보내고 3구째 141km 체인지업을 깨끗하게 중전안타로 연결했다. 1회 안치홍도 141km 체인지업을 공략해 2타점 적시타를 날렸고, 3회 신종길은 137km 체인지업을 공략해 우월 비거리 120m 장외홈런을 연결됐다. 리즈는 지난 11일 잠실 한화전에서 8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다 9회 선두타자 강동우에게 체인지업을 던지다 안타를 맞고 장성호에게도 체인지업을 구사하다 역전 홈런포를 맞고 패전투수가 됐다.
사실 150km 중반대 리즈의 직구를 공략하는 것은 쉽지 않다. 리즈에게 강한 강동우 역시 "공 끝이 조금 안 좋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160km를 던진 투수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부분이 있다"면서 "웬만한 투수들보다 훨씬 볼이 좋다. 그래서 나 역시 타격 포인트를 앞에 두고 친다. 타자 입장에서는 직구는 치기 어렵기 때문에 체인지업을 의식적으로 노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리즈의 체인지업의 구위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체인지업이 통하기 위해서는 구속과 궤적의 차이를 둘 수 있는 구종이 필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재 던지는 슬라이더의 제구력을 가다듬는 것이며, 차선책으로는 아예 구속차를 둘 수 있는 느린 커브를 장착하는 것이다. 리즈로서는 한번 쯤은 고려해 볼 사항이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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