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용력'이 만든 이용찬의 선발승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5.18 07: 09

스리쿼터에 가깝게 힘으로 밀어던지던 유망주. 그러나 이제는 팔각도를 살짝 높이며 좀 더 간결한 팔스윙을 가져가는 동시에 손목 각도까지 높여 자기 공을 만들었다. 두산 베어스의 5년차 우완 이용찬(22)에 대한 이야기다.
 
이용찬은 지난 17일 잠실구장서 벌어진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5이닝 동안 65개의 공을 던지며 1피안타(탈삼진 2개)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 및 데뷔 후 첫 선발승을 거뒀다.

 
특히 사사구 없는 깔끔한 쾌투를 보여줬다는 점은 공격적 투구를 지향하는 김경문 감독의 전폭적 지지를 예상하게 했다. 최고구속은 149km에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을 다양하게 던졌다.
 
지난해 9월 세이브 1위(25세이브)를 달리다 음주운전으로 인해 불명예 시즌 아웃되며 타이틀과 함께 광저우 아시안게임행 티켓까지 날려버린 이용찬. 이후 이용찬은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에 다녀오는 등 실전 감각 유지에 구슬땀을 흘렸다.
 
그러나 비시즌 동안 이용찬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지 못했다. 특히 단조로운 투구 패턴과 힘으로 밀어던지는 스타일은 이용찬의 2011시즌 기상도를 흐릿하게 비췄다. 팀 내에서도 "빠른 직구 구속에 비해 종속이 좋은 편이 아니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우격다짐 투구로 손목 활용도가 떨어진다"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스리쿼터형 팔스윙은 오버스로 형태보다 안정적인 제구를 가져다주지만 팔이 퍼져나가는 동시에 타자에게 구종을 노출할 수도 있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손목 활용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공의 회전력과 연관된다. 공의 빠른 회전을 기반한 구위 향상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릴리스포인트에서 손목이 수평에 가까운 낮은 각도가 될 수록 구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라고 이야기했다. 지난 시즌 후 변화구 옵션에 대한 지적 외에도 두 가지 단점을 지적받았던 이용찬은 비시즌과 4월 중 2군행 기간 동안 이를 수정했다.
 
"변형 체인지업은 마무리 훈련 때 김선우 선배로부터 배웠어요. 궤적이 다르다구요? 음, 그립은 그대로 두고 약간 응용해서 떨어지는 폭을 좀 더 크게 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공을 잡아채는 순간 수평선과 손목이 이루는 각도를 높였다는 뜻이다.
 
4월 2군에 다녀왔을 때는 팔스윙의 변화가 있었다. 장충고 시절부터 스리쿼터에 가까운 투구폼을 지녔던 이용찬은 2군에 다녀온 뒤 팔각도가 조금 더 올라가 있었다. 팔이 퍼져나가던 단점을 보완했다고 볼 수 있다.
 
"김진욱 투수코치께서 팔스윙을 조금 더 간결하게 해보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계속 그렇게 던지다보니 점차 나아졌구요". 개막 후 4월 9일 2군으로 내려가기 전까지 1패 평균자책점 5.40에 그쳤던 이용찬은 4월 28일 1군 복귀 후 4경기 1승 무패(17이닝) 평균자책점 1.59을 기록 중이다.
 
'팔스윙을 간결하게 하라'라는 주문은 투구폼을 그대로 두고 단순히 스윙을 빠르게 하는 방안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이용찬은 스스로 팔각도를 높이면서 스윙이 옆으로 퍼져나가는 듯한 현상을 없앴다. 그와 함께 구종 노출 빈도도 줄어들었다는 야구인들의 평도 있었다.
 
하나의 가르침을 받았을 때 그 하나에만 집중한다면 이는 그저 스승의 요령을 모사하는 데 그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한 요소를 응용해 2와 3을 만들어낸다면 제자는 '준재'로 발전할 수 있다. 다시 돌아온 이용찬의 선발 쾌투는 비범한 잠재력을 지닌 그의 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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