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런 선수라면 돈이 문젠가".
한 야구인사가 홍성흔(34, 롯데)을 두고 한 말이다. 선수로서 갖춰야 할 당연한 기량, 프로선수로서의 상품 가치, 리더십에 팀 이미지 제고까지 무한한 가치를 지닌 홍성흔을 찬양했다.
홍성흔은 '3년 연속 타격 2인자'라는 갖기 힘든 별명을 얻었다. 2008년 3할3푼1리, 2009년 3할7푼1리, 2010년 3할5푼. 매년 꾸준하게 타격왕을 노릴만한 성적을 거뒀다.

또 '오버맨'으로 불릴 만큼 팀 분위기를 이끌었다. FA 신분으로 두산에서 롯데로 옮겨서는 더욱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모범 프로선수로 각인됐다.
홍성흔 스스로도 '오버'를 통해 힘을 얻는 스타일이었다. 오버하기 위해 노력했고 오버하면서 자신을 좀더 다그치는 모습이었다.
그런 홍성흔이 올 시즌에는 조용했다. 타격 페이스가 좋지 않았고 무엇보다 홈런이 나오지 않았다. 타격폼까지 바꾸는 모험을 감행, 얻어낸 장타력이었다. 작년 생애 최다인 26개의 홈런을 날리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던 홍성흔이었지만 올해는 35경기를 치르는 동안에도 홈런이 나오지 않았다. 작년 3경기만에 홈런을 때려내며 산뜻한 출발을 알려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고 말수도 급격히 줄었다.
어느새 홍성흔을 바라보는 시각이 애처롭게 변했다. 양승호 롯데 감독부터 "괜히 외야 수비를 보냈나"라고 말할 정도로 안타까운 시선이 곳곳에 존재했다. 실제로 홍성흔은 경기 중 덕아웃에 앉아서 방망이만 뚫어지게 바라볼 때도 있었다고.
결국 홍성흔은 17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원정경기에서 3회 7-0으로 달아나는 투런아치를 쏘아올렸다. 36경기 152타석만의 첫 아치였다. 이날 팀 승리는 물론 5할과 4위를 동시에 이뤄낸 경기에 터진 의미있는 마수걸이 홈런포였다.
홍성흔은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덕아웃으로 들어오기 직전 '홍성흔'을 연호하는 3루 관중석을 향해 정중하게 90도 인사를 했다. 홈런만으로도 충분히 열광했던 '팬'들은 홍성흔의 이 행동에 감동까지 했다. '홍성흔'의 가치가 다시 한 번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홍성흔은 경기 후 "그 동안 장타가 나오지 않아 힘들었다"고 솔직하게 소감을 털어놓았다.
이어 "김무관 코치님이 특타를 통해 스윙 궤도를 잘 잡아준 덕분"이라며 "코칭스태프와 동료들 모두 내가 중심타자로 보답하길 원했다. 다들 좋은 기회를 준 데 감사하고 더욱 분발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다음부터는 타격코치님 턱이 더 안떨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유머를 빼놓지 않았다. 홍성흔 자신보다는 주위 사람들의 배려가 녹아 있는 멘트다.
한 야구관계자는 "요즘 선수들은 연봉 가치를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한탄한 뒤 "그 속에는 팬, 언론과 소통해서 좀더 구단 가치를 높여달라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야구 실력만으로는 그만한 가치를 받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홍성흔의 마수걸이포를 주목하게 하는 이유는 결국 기대치 때문이다. 부담을 조금 털어낸 만큼 앞으로 보여줄 성적과 팬서비스는 어떤 것일지 더 기다려질 수 밖에 없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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