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기록원의 득점 누락, 사후 조치는?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1.05.19 15: 17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야구규칙의 첫 페이지 제1조 2항과 3항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명기되어 있다.
‘각 팀의 목적은 상대팀보다 많이 득점하여 승리하는 데에 있다.’
‘정식경기가 끝났을 때 이 규칙에 따라 더 많이 득점한 팀이 승자가 된다.’

규칙이 이렇고 판정이 저렇고, 상황에 따라 무수한 주장과 말들이 난무하는 야구경기지만 결국 판에 깔린 마지막 장을 넘기면 다득점에 의한 승리가 목적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야구기록법과 기록규칙을 이용해 야구경기의 득점을 셈하는 공식기록원이 경기 중 일어난 득점의 일부를 실수로 누락시킨 일이 나중에 발견되었다면? 더욱이 누락된 바로 그 점수 때문에 어느 한 팀이 패한 것으로 처리되었다면?
생각만해도 끔직한 일로 프로야구에서 일어난 일은 아니지만, 얼마 전 어느 사회인야구 리그에서는 실제로 이와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고 한다.
당시 경기는 초 공격 팀의 마지막 공격(7회초)이 끝난 후, 말 공격 팀이 1점차로 승리한 것으로 처리되며 종료되었는데, 한참 후 기록확인 과정에서 경기중반 초 공격 팀의 득점 하나가 누락된 사실이 뒤늦게 발견된 것이었다.
다시 말해 정상이라면 동점으로 말 공격 팀의 마지막 공격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기록원의 잘못으로 경기가 종료처리 된 것이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억울한 패를 떠안게 된 초 공격 팀은 경기무효나 속개경기를 요구했고, 반대로 횡재 승을 챙긴 말 공격 팀은 어쨌든 공식적으로 경기종료가 선언되었기 때문에 유효하다고 버티기에 나서는 등, 주최측이 곤혹스런 처지에 몰리고 말았는데….
“어찌하면 좋을까요?”
득점이 잘못 카운트되어 벌어진 상황에 대한 조치는 규칙 어디를 뒤져봐도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근거나 판례를 제시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를 거꾸로 받아들이면 득점의 기록은 오류 자체가 인정될 수 없는 사안이며, 야구경기 결과성립의 가장 기본이 되는 초석이기 때문에 기록원의 ‘잘못된 기록처리’라는 어이없는 실수행위를 규칙으로 정당화시킬 이유나 명분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득점기록 누락이 일어난 경우에는 이를 바로잡아 정상화 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좀더 합리적인 분쟁해결 방법이라고 여겨진다.
앞서 일어났던 실제 경기 예를 그대로 조치하자면, 시간을 마련해 동점 상황을 놓고 말 공격을 마저 시행하는 것이 가장 무난한 방법이 아닐까 보여진다.  기록원의 셈 잘못으로 승패가 갈린 것을 유효로 밀고 가기엔 사안 자체가 상당히 억지스럽다. 득점의 기록은 판정이 아니라 있는 역사적 사실 그대로의 기록이다.
또한 그럴 일은 없겠지만 고의로 기록원이 특정 팀의 점수를 가감하는 부정행위 결과를 원천적으로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여기에서 번질 수 있는 문제들을 미연에 막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물론 경기 득점 수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피해 팀에 부주의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얘기할 수도 있지만, 이는 경기장 현실을 고려하면 어려운 답안이다.
일반적으로 열리는 사회인 야구경기의 대부분이 스코어보드 판 하나 없는 마당이나 운동장에서 치러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팀에서 경기 득점 수를 정확히 알고 상황에 대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프로야구에서는 전광판 상에 시시각각 변하는 모든 기록들이 자세히 올라가기 때문에 득점이 잘못 계산되는 해프닝이 일어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가끔 득점이 이루어졌는데도 일정 시간 전광판 숫자가 바뀌지 않으면 관중들이 먼저 알고 난리(?)가 나듯이, 잘못된 득점을 거를 수 있는 안전장치가 여러 곳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프로야구라 해도 2군은 또 예외다. 승패까지는 아니지만 과거 득점 하나를 잘못 헤아려 경기결과 스코어의 숫자가 바뀐 경우는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 누락된 1점으로 인해 마무리 투수의 세이브 기록이 없다가 생겨나는 파생 상품(?)이 등장하기도 했는데, 일정 시간이 지나 발견된 사례지만 발견 즉시 정상적으로 바로 잡는 조치가 뒤따랐다.
오래 전, 2군에서 스코어가 아니라 정식경기의 성립 자체를 무효로 했다가 나중에 규칙상 잘못되었음을 알고 다시 정식경기로 인정하는 해프닝도 있었는데, 그 내막은 다음 기회를 이용해 다루기로 한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
<사진>프로야구 2군 경찰청과 상무의 경기 전광판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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