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잔디에서 뛴 경험이 없는 것이 고민입니다".
이수식 포천시민축구단 감독이 18일 저녁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1 하나은행 FA컵' 수원 삼성과 32강전(1-3 패)을 앞두고 꺼낸 얘기였다.
이수식 감독은 챌린저스리그(K3리그)가 인조잔디에서 뛰고 있어 천연잔디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지 고민이었다.

전날 직장에 휴가를 내고 수원전을 대비해 의정부종합운동장에서 천연잔디를 밟아봤지만, 익숙지 않은 환경이 불리한 것은 자명했기 때문이다.
이수식 감독은 "인조잔디에서는 태클만 잘못해도 발목이 돌아가고, 턴 같은 동작도 할 수 없다. 소극적인 플레이에 익숙해진 선수들이 천연잔디에 어떻게 적응할지 걱정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뚜껑을 연 결과는 정반대였다. 천연잔디가 오히려 포천에 날개를 달아줬다.
부상에 대한 걱정에 태클도 시도하지 못하던 선수들이 수원을 상대로 마음껏 기량을 발휘했다. 그 동안 아껴두었던 기술이 줄줄이 구사됐다.
자연스레 포천은 FA컵 3연패를 노리는 명문 중의 명문인 수원을 상대로 전반 내내 주도권을 잡는 모습을 보여줬다.
포천이 경기를 주도하는 모습에 수원 서포터 그랑블루가 "정신차려 수원!"이라는 구호를 외쳤고, 수원 관계자가 "이 정도로 답답한 경기를 할 줄은 몰랐다"고 고개를 저을 정도였다.
아쉬운 것은 포천이 후반전에는 전반과 같은 경기력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것.
정신을 바짝 차린 수원에 흐름을 내줬고 결국 후반 16분 베르손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후반 24분과 후반 33분 박종진과 최성국에게 추가골과 쐐기골까지 내주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포천에 포기는 없었다. 종료 직전 코너킥 상황에서 김영중이 한 골을 만회하면서 영패를 면했다. 승리가 아닌 최선을 다하고 싶었던 포천에 만족할 수 있는 결과였고, 경기장을 찾은 관중도 박수갈채로 그들의 도전을 축하했다.
stylelom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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