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신의 60구' 박정진, 9G-14이닝 무실점 행진 '완벽투'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5.18 22: 48

왕년의 구대성 못지않은 여유와 배짱으로 시즌 최고 피칭을 펼쳤다.
한화 '투수 최고참' 좌완 박정진(36)이 절정의 피칭으로 팀 승리를 견인했다. 박정진은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두산과의 원정경기에서 6회 2사 1·2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라와 9회 경기 끝날 때까지 3⅓이닝 동안 올 시즌 가장 많은 60개의 공을 던지며 2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시즌 3승(1패)째를 거뒀다. 구원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무엇인지 몸소 입증하는 혼신의 역투로 에이스 류현진과 함께 팀 내 최다승 투수로 올라섰다.
등판 상황부터 타이트했다. 7-7 동점이 된 6회 2사 1·2루. 역전 주자가 2명이나 나간 상황에서 한대화 감독은 긴급히 박정진을 호출했다. 상대 타자는 이날 3안타를 몰아친 김현수. 하지만 박정진은 초구에 바깥쪽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몸쪽 직구로 간단히 2루 땅볼로 요리하며 추가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7회에도 양의지에게 안타 하나를 맞았지만 탈삼진 2개를 곁들여 깔끔하게 막았다.

백미는 8회였다. 1사 후 이성열에게 좌전 안타를 맞은 박정진은 이종욱에게 볼넷을 내줘 1사 1·2루 위기에 내몰렸다. 4번타자 김동주 타석에서 이성열과 이종욱이 더블스틸에 성공하며 박정진을 압박했다. 1사 2·3루. 한대화 감독이 부랴부랴 마운드에 올라가서 박정진과 얘기를 나눴다. 1루가 비어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피해갈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하지만 박정진은 바로 다음 공으로 바깥쪽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이후 볼카운트 1-3로 몰렸지만 박정진은 5구째 공으로 바깥쪽 낮은 직구를 스트라이크존에 걸쳐 꽂아넣었다. 풀카운트. 박정진은 6구째 승부구로 결정구 슬라이더가 아니라 직구를 택했다. 138km 몸쪽 꽉 차게 들어간 직구에 김동주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김동주라는 큰 산을 하나 넘은 박정진에게는 최준석이라는 또 하나의 거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최준석은 만루에서 6타수 3안타 2홈런으로 12타점으로 강했다.
그러나 박정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마운드에서 엷은 미소를 띄었다. 1~2구 모두 바깥쪽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으며 카운트를 유리하게 잡았다. 볼카운트 2-2에서 6구째 박정진의 결정구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슬라이더. 높은 각도에서 원바운드로 뚝 떨어진 박정진표 130km 슬라이더에 최준석의 방망이마저 힘없이 돌았다. 결정적인 순간 허를 찌르는 볼 배합과 배짱 두둑한 피칭으로 두산의 중심 타선을 꼼짝 못하게 한 박정진의 베스트 피칭이었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박정진은 김현수와 10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후속 윤석민과 김재환을 모두 뜬공으로 처리한 뒤 마지막 타자 이원석을 이날 경기 최고 142km 직구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경기를 끝냈다. 혼신의 60구였다.
이로써 박정진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전부터 9경기-14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어느덧 시즌 평균자책점도 2.35로 내려갔다. 이 기간 동안 평균자책점 제로에 피안타율은 1할3푼3리이며 이닝당 출루허용률은 0.93에 불과하다. 14이닝 동안 탈삼진은 무려 20개를 잡아 9이닝으로 환산할 경우 12.86개에 달한다.  올해도 한화 마운드의 진짜 수호신은 의심의 여지없다. 누가 뭐래도 박정진이다.
waw@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