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교체. 과연 정답은 있는 것일까.
야구 감독들에게 가장 어려운 순간은 역시 투수교체 타이밍을 잡는 것이다. 순위 다툼이 본격화됨에 따라 감독들의 투수교체 타이밍에 대한 고민의 깊이도 커져가고 있다. 한순간 투수교체에 따라 결과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그 결과로 시즌 전체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지난 13일 사직 KIA전에서 6-8로 역전패한 뒤에 "나 때문에 졌다"며 "투수교체 실패였다"고 털어놓았다. 이날 양 감독은 5회 2사 6-3 리드 상황에서 선발 장원준을 내리는 초강수를 뒀다. 그러나 경기가 뒤집어졌고, 팀도 선수도 모두 승리를 잃는 최악의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이후 구원투수 교체과정에서도 양 감독은 "내 실수"라며 두고두고 후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투수교체에 대한 고민이 대단히 크다는 의미였다.

삼성 류중일 감독도 그렇다. 선동렬 전 감독으로부터 "투수교체는 빠를수록 좋다"는 조언을 받았던 류 감독은 "감독을 해보니 역시 투수교체가 제일 어렵다"며 "5회가 감독을 참 힘들게 한다. 선발투수가 상대 타선을 3바퀴째를 맞아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읽히는 탓이다. 투수들이 5회에 감독을 괴롭히고 힘들게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류 감독은 "어느게 맞는 것인지 고민이다. 답이 없다. 결과가 안 좋으면 모든 건 감독이 책임져야 한다. 결과가 말하기 때문에 힘든 것"이라고 했다.

한화 한대화 감독은 사령탑 2년째를 맞고 있지만 여전히 투수교체 때문에 언제나 골머리를 앓는다. 한 감독은 지난 10일 잠실 LG전에서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5-9로 역전패한 경기를 잊지 못하고 있다. 한 감독은 "데이터상으로 송창식이 LG전에 강해서 올렸는데 결과적으로 실패가 됐다. 그날밤 너무 후회돼 잠을 이루지 못했다. 밤새 생각해서 내린 결론이 정공법으로 가자는 것이었다"고 할 정도로 고심을 드러냈다. 이후 한화는 확실히 이기는 경기에서 '유일한 믿을맨' 박정진으로 끝까지 밀고나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기록적으로 투수교체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수치로는 승계주자 실점율이 있다. 투수교체의 최대 목적은 점수를 주지 않는 것에 있다. 승계주자 실점율은 그 수치를 보여준다. 그 결과 가장 낮은 팀은 SK(27.5%)였다. KIA 조범현 감독은 "김성근 감독님의 투수운용이나 교체 타이밍은 범접하기 힘들다. 그만큼 철저하게 준비하고 운용한다. 겉으로 보이는 대로 대충 감독님을 흉내내면 안 된다"고 말했다. SK는 3실점 이하 선발투수를 6회 이전 강판시키는 퀵후크가 22회로 가장 많다. 그만큼 교체를 발빠르게 가져간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각 팀들의 전력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 승계주자 실점율이 가장 높은 팀은 한화(47.7%)로 나타났다. 그러나 SK 불펜과 한화 불펜의 양적·질적인 차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투수교체에 대한 확실한 정답은 없다. 오직 결과만이 답을 말해준다. 그런 점에서 지난 18일 잠실경기가 관심을 모은다. 이날 두산은 구원투수 7명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지고도 역전패했다. 한화는 마무리 오넬리 페레즈 대신 박정진으로 끝까지 밀어붙였다. 투수교체 선택에 따른 여파는 다음 경기에도 영향을 미치는 법. 그 결과가 주목된다.
waw@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