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성적 4승 10패. 부상자는 속출하는 데 타개책이 보이지 않는다. 1110일 만에 5위로 추락한 두산 베어스의 현실이다.
두산은 지난 18일 잠실 한화전서 경기 중반 연속된 수비 실수와 투수진 난조로 인해 7-9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두산은 KIA, 삼성(이상 19승 18패, 18일 현재)에 밀려 3위에서 5위로 급전직하했다. 시즌 전적은 17승 1무 17패.

지난 2008년 5월 3일 이후 줄곧 4위 아래로 떨어져 본 적이 없던 두산은 이날 패배로 1110일 만에 4위 아래로 떨어졌다. 김경문 감독 부임 이후 두산은 2006년을 제외하고 매년 플레이오프 진출 이상의 성적을 거둬온 팀이다.
그동안 두산은 유망주나 스포트라이트에서 소외된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던 팀이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스타 플레이어들이 잇달아 이적함에 따라 김 감독 부임 초기 매 시즌 최약체 평가를 받던 두산이지만 그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을 올려왔다.
특히 김 감독 재임 2기이던 2006시즌부터는 젊은 선수들이 리빌딩의 선봉이 되며 성적 상승과 함께 선수층이 두꺼워지는 효과까지 가져다줬다. 고영민, 김현수 등은 '김 감독의 양아들'이라는 이야기까지 들으며 성장했고 2007년 신인 임태훈은 가세하자마자 팀에 없어서는 안 될 투수가 되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두산은 더 이상의 추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팀이 되고 말았다.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와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서 끈질긴 경기력을 펼치며 특유의 야구를 보여줬으나 냉정히 살펴봤을 때 우승후보로 꼽히던 그들의 경기력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 와중에서 부상이나 개인사로 이탈한 투수들까지 생겼다. 계투진에서 팔꿈치 통증을 참고 분투하다 지난해 8월에서야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인 이재우는 현재 통증으로 인해 잠시 재활 페이스가 정체된 상황이다. 현 상태로 보았을 때는 올 시즌 중 합류 여부도 불투명하다.
계약금 6억의 우완 김명제는 2009년 말 생존이 기적에 가까울 정도의 끔찍한 음주사고로 인해 사실상 선수 생활이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은 선발로 가능성을 비추는 이용찬은 지난해 9월 음주운전으로 전력 공백을 남겼고 올 시즌 마무리 임태훈은 구위 하락 및 개인사로 인해 2군에 가 있다.
우완 유망주 이원재와 성영훈은 모두 팔꿈치 수술 후 각각 재활군, 공익근무 중이다. 갈수록 투수진 배후지가 얄팍해지는 상황에서 새로 가세한 외국인 투수 페르난도 니에베는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고 있고 좌완 듀오 이혜천-이현승의 활약상도 아쉽다. 불안요소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두산의 장점이던 야수진도 상황은 좋은 편이 아니다. 시즌 초 옆구리 타박상을 입었던 고영민은 4월부터 5월 초까지 아쉬운 모습을 자주 보여줬고 이성열, 이원석 또한 4월 빈타에 허덕였다.
좌타 거포 유망주 김재환의 상승세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우타 유망주 윤석민은 질이 좋은 타구를 보여주고 있으나 최근에는 야수 정면으로 향하는 불운이 겹쳤다. 중심타자 김현수-김동주-최준석 트리오는 크고 작은 부상이 겹치는 상황에서 나쁜 공에 방망이가 나가 병살타를 기록하는 모습도 많았다. 주전 중견수이자 톱타자인 이종욱은 왼손 엄지 타박상 중이고 베테랑 외야수 임재철의 발목 상태는 쉬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두산은 5월 한 달간 11승 14패로 하향세를 보인 끝에 2위에서 3위로 서서히 내려가고 말았다. 그리고 1년이 지난 현재 그들의 추락세는 더욱 가파르게 변했다. 위기에 봉착한 두산이 어떻게 도약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 결국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투지에 기대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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